▲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를 보면 ‘대한민국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13일(월) 열린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회피한다면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고, 국가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위기감을 강조해서 국회 협조를 이끌어 내려는 발언이겠지만 대통령부터 파괴적 단어를 사용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이 불안한 국민에게 대통령이 늘 미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미래를 열어주거나 어려운 점을 해소해 주는 희망의 정치는 하지 않은 채 늘 다른 계파가 패권을 행사해서 자기네들의 권력이 위축되었다고 국민들에게 고자질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들은 짜증과 분노가 더 늘어난다. 

여성은 혼자서 등산 가기가 어렵고, 밤늦게 쇼핑하기도 어렵다. 이제 여성이 혼자서 등산 가려면 목숨 걸고 가야하는 시대가 된 것인지 불안하다. 또 아주 소수이겠지만 일부 어린이들은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두려울 것 같다.

어느 나라나 힘들겠지만 우리나라도 산업 구조조정이 어렵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있는가. 산업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은 경영진과 정치권, 특히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 물론 현재 임기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 이전 임기의 해당자들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 한진해운에서 보았듯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한 채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들이 주식을 먼저 처분하는 등 책임을 회피했다. 마치 세월호에서 수학여행으로 들떠 있는 고등학생을 포함해서 수백 명의 사람이 배와 자신의 운명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서로 얼굴만 보면서 남아 있는데,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구조선을 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대한민국의 관행인가?

안전하게 운항하고 관리 감독하는 제도가 잘 세워져있을 것이라고 믿고 탄 세월호에서 며칠 동안 304명이 죽었고, 일부는 바다에 뛰어들어 도우러 간 민간인들에게 간신히 구조되었다.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아픈 어린이와 산모들이 많이 사용한 가습기 첨가제가 ‘살인 첨가제’였다고 한다. 제도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판매되는 제품 속에 사람을 죽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최근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제, 고용, 사회복지, 교육 등의 모든 지표를 보면 아주 심각하게 열악하다. 산업의 성장 동력도 상실해 가고 있다. 그 지표는 국민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저급한 자본주의, 인간성과 공공성을 상실한 효율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외면한 독식주의, 무한 경쟁과 소수만의 적자생존, 무책임과 회피, 이기주의에 기반한 갈등 증폭 등의 사회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에 동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고용지원 기술교육 참가자 60%가 ‘조리 분야’를 선택했다고 한다. 영세자영업은 성공률이 낮음을 알면서도 이것이라도 해보려고 몰린다. 사회복지 기반이 취약한 대한민국에서는 일자리를 잃으면 바로 하류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는 파견근로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보챈다. 그러나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에서 보듯 안전하게 일할 수 없는 노동조건에 허덕이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착취를 확인했다. 하청업체로 하여금 원청업체인 메트로의 퇴직 근로자 고용을 승계하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몇배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청년 근로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열정페이를 하다가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아 사망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대한민국을 다시 써야 한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