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이 발달(?)하면서 카메라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특정한 직업군이나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를 이제는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내장되면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 카메라뿐이랴? 도심이나 농촌의 도로는 물론 제법 규모있는 건물이라면 모두 CCTV가 설치되었다. 과거에는 고가의 비행기에나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도 이제는 영업용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가용 승용차에도 부착되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에 의해 내 표정이나 행동이 촬영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때문인지 공공장소나 사적공간에서의 활동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범죄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의 생활을 한 번 되짚어 보자. 도시 거주자의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데, 집을 나서면 엘리베이터와 현관, 아파트 진․출입구에 설치된 CCTV가 우리를 촬영한다.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면 차량 블랙박스가, 그리고 주요 도로를 나서면 도로 위 CCTV가 우리를 촬영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퇴근을 하고 들르게 되는 식당이나 마트, 심지어는 주점에서도 CCTV는 끊이지 않고 돌아간다. 

CCTV가 비교적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분석한 자료(2012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시민 1명이 하루에 CCTV에 찍히는 횟수는 약 300회 정도라고 한다. 영국 런던 못지않게 CCTV 설치 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추세를 보면 감안하면, 런던을 따라잡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을 듯하다.

순천시와 순천경찰서가 지난해 5월 CCTV 종합관제센터를 개소할 당시 순천에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가 벌써 1100여 대였다. 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다 민간에서 각 건축물에 설치한 CCTV와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감안할 경우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영국 런던의 사례가 남 일은 아닐듯하다. 그런데도 계속 늘어나는 강력범죄에 CCTV 설치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강도나 살인, 성폭력 등의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게 범죄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사건 발생지역 주변의 CCTV를 되돌려 보는 것이다. 실제 많은 강력사건의 가․피해자를 CCTV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CCTV가 늘어난다고 해서 강력사건 발생 건수가 줄었다는 통계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순천시가 쓰레기 불법투기를 줄이기 위해 불법 쓰레기 투기 단속에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6월에는 순천의 모든 도시공원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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