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금)‘그리고 싶은 것’상영회
권효 감독과 관객의‘대화의 자리’가져

순천YWCA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여성영화제를 열었다. 지난 5월 20일(금)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상영과 권효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한중일 그림 작가들이 평화를 노래하는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 권윤덕 작가가 위안부 삶을 살아온 꽃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권윤덕 작가는 고통 받은 위안부 할머니를 통해 평화를 위협하고 고통을 양산하는 문제를 표현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우려해 일본 출판사 측에서 난처한 입장을 표하며 수차례에 걸친 완화된 표현으로 수정을 거쳤지만 아직까지 출판은 미정이다.

▲ 순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평화의 소녀상판넬 전시 및 모금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5월 1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중국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이수단 할머니가 헤이룽장 성 둥닝현의 한 양로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12분에는 전남 해남에 살던 위안부 피해자 공점엽 할머니도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수단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고향인 평양에서 ‘중국 하얼빈에 공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자원했다가 위안부가 됐다. 공점엽 할머니는 16세의 나이였던 1935년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1943년까지 모진 고초를 겪었고, 1945년 귀국해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어렵게 가정을 꾸리고 힘겨운 삶을 살아오다가 지난 설 무렵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17일 이수단 할머니와 공점엽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2명(국내 40명, 국외 2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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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 감독과 관객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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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순천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한 ‘그리고 싶은 것’의 감독인 권효 감독은 2016년 강정국제 평화제, 제주영화제, 인권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권효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이다.

▶ 남성에게 민감한 주제인데, 영화로 제작한 배경은?

대학원에서 다큐를 전공하고 어떤 작업을 할 지 고민하고 있던 참에 고모가 권윤덕 작가 친구라서 권했다. 한국, 중국, 일본 12명 작가들이 평화를 그리는 것이라 해보고 싶었다. 당시 위안부 그림책은 처음이었다.

▶ 2013년에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일본에서 출판은 어떻게 되었나?

재작년 말 동심사에서 공식적으로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인쇄소에서 돌리기만 하면 될 정도로 진행되었는데 결국 출판을 못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출판하라는 말도 하는데. 권 작가가 혼자 기획했다면 몰라도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라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출판되었다. 12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획전을 한다. 일본에서 출판하는 것이 최고의 선결과제다

▶ 영화‘그리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참 신기하게도 이 영화가 갓 완성되었을 때와 개봉했을 때, 초청받아 갈 때, 시간 지날 때마다 바뀐다. 영화에서는 저걸 빼야 했는데 하는 장면이 있는데, 국수 마는 장면이다. 그런데도 저 스스로 긴장을 풀 수 있어서 애착이 간다. 다른 날은 다른 것이 좋다.

“고통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다”

▲ 지난 5월 20일 순천YWCA가 개최한 여성영화제의 한 장면. 순천YWCA는 이날 위안부할머니를 소재로 한 권효 감독의‘그리고 싶은 것’을 상영했다.

▶ 작품을 가지고 일본에서 모니터했을 때 반응은?

일본에서 모니터한 학교는 인권과 관련한 시범학교다. 동심사가 정했는데 이런 것에 대해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은 남자들 인터뷰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한국남자는 끊어서 단답형으로 이야기하니까 담기 불편한 지점이 있다.

▶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 어떤 마음과 생각이었나?

그것이 바뀐다. 3년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그림책이 뭔지도 몰랐다. 권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질문은 모든 할머니들이 세상에 없어지면 이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까? 증언이 최고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데, 증언이 없어지면 어떻게 바라볼까?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권 작가가 자기 상처를 이야기 했을 때, 남성으로서 여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 그림으로 봐도 괴로운데, 감독님의 위안부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오래 활동한 입장도 아니다. 나에게 위안부는 뭘까? 이 문제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고통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걸 보고 일본 위안부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나중에 아이든 젊은 친구들이든 결국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아도 공감하지 못하면 뭐하나?

▶ 감독으로 살면서 원동력은?

한 번은 제 영화를 보고 중학생이 소감을 말하는데, 영화보고 주변의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가장 큰 보람이었다. 큰 원동력은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영화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상처주고 스스로 학대한다. 이걸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지금 힘들고 고민하는 것이 여러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날 영화 상영회 사회를 맡은 순천YWCA 김정민 간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중학생 86%가 위안부 역사를 모른다. 한국의 아픔을 나누고 역사적인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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