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랑 함께 생태놀이 진행하는 ‘율산이바구’

“아린이 등나무 보고 갈까?”
“은재오빠, 수양단풍은 나무마다 색깔이 다르네”
“향나무는 옛날에 제사 때 향으로 썼다고 했지”

집으로 가는 길 엄마와 딸의 수다가 이어진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무심히 지나쳤을 그 길이 이젠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 되었다.

순천시 연향2지구에 사는 사람들끼리 만든 ‘율산이바구’라는 소모임에서 ‘나무랑 놀자’라는  생태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우리가 살면서 하늘, 나무, 꽃, 바람을 얼마나 보고 느끼고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에 둔감하게 살아왔다. 유년시절의 기억 속 저편에만 자리 잡고 있던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던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고 가슴에 담아 훗날 추억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나무랑 놀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도시 숲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아파트에 있는 수많은 나무에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었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문득 나에게 나무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나고 떨어지고, 계절의 변화를 알게 해주는 혹은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바람이 얼마만큼 부는지, 그래서 그날 어떤 옷을 입을지 가늠하게 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들과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키가 큰 나무를 올려 보다 보면 어느새 저 높은 푸른 하늘이 내 눈 가득 들어와 있었다.

이제 막 수줍은 새색시 같은 작은 꽃잎을 만나기도 한다. 그 작은 꽃잎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 새롭기도 하고, 인간에게서만 느꼈던 생명의 신비함을 자연에서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릴 때 자연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생명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한다.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학습으로 배우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 또한 그런 마음을 가진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주기를 바란다.

율산초등학교 2학년 은재는 “나무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미션을 수행 할 때 더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연휴를 맞아 광주에서 온 학생도 “새롭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우리 마을에도 이런 프로그램 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주부 장정미(연향동 호반2차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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