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대신 꿈 좇는 청년’ OR ‘미래 위해 공시 준비하는 청년’

2016년 5월 순천대학교 열람실은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을 준비하는 청년들로 붐빈다.

올해 스물여섯 살 지은(가명) 씨도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공부하고 있다. 대신 공무원이 된 뒤 한가한 시간에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반면 스물일곱 살 인택(가명) 씨는 올여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으니 고민이 많다. 그래서 머리 좀 식힐 겸 자전거 여행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순천지역의 2015년 공시 접수자 2899명 중 20~30대 비율이 91%(2 656명)였다. 전국적으로도 공시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6년 1월 공시에 역대 최다인 22만 2650명이 지원했다. 그중 20~30대가 20만 8781명으로 전체 응시자 중 93%를 차지한다.

지은 씨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해 6월 공시를 앞둔 지은 씨의 책상은 국어, 영어, 한국사 교제로 가득하다. 그녀는 “취업이 어렵고, 나라의 경제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난 뒤에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시 준비 중 언제 가장 힘이 드냐는 질문에 “‘세븐일레븐’이라는 공부 모임에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이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열한 시까지 공부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모임에는 규칙이 있다. 바로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만들어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다는 것이다.

▲ 학생들이 열람실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 촬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방송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으면 딴짓 안 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가족들 눈치에 이어 모르는 사람의 감시까지 받는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며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회상했다.

공시 준비 대신 자전거 여행을 계획 중인 인택 씨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 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꿈 신입생’이다. 그는 어떨 때가 가장 힘이 드느냐는 질문에 “졸업 후에 뭐하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내 나이가 많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충 거짓말로 얼버무릴 때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 것도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순천시는 올해 3월 ‘순천시 청년 일자리 창출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지난 4월 1일 청년 취업 및 창업 지원을 위한 순천시 청년일자리창출촉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경제 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한 사회의 공시 강요 현실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여 사는 지은 씨와 인택 씨는 청년들의 가장 흔한 예다. 순천시의 청년에 대한 조례와 지원 활동이 청년들에게 얼마만큼 힘이 될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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