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배
광양참여연대
상임고문
총선이 끝났다. 그 결과가 놀랍다. 내노라하는 정치평론가, 정치전문 기자, 여론조사기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유권자 스스로도 마찬가지였다.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더민주가 제1당이 되고,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호남에서는 더민주의 참패와 국민의당 돌풍이 화제의 중심이다.

더민주의 호남 참패는 예고됐는지 모른다. 2년 전에 있었던 2014년 지방선거 결과는 그 예고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남의 22개 시․군 중 8곳에서 무소속 시장․군수가 당선되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더민주에 대한 심판이 무서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놀라움이 더 크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호남 전체 의석수 28개 중 25개를 국민의당이 확보하였다. 지역구 후보 득표와 비례대표 득표를 합하면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68만 여 표나 앞섰다.

전국의 의석수를 보면 더민주가 제1당이 되었으나, 정당투표 득표율은 더민주 25.4%, 국민의당 26.4%로 더불어민주당이 제3당이다. 새누리당의 참패에 더민주가 제1당의 지위를 갖게 되었지만 더민주의 승리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같은 결과는 특정지역에 기반한 기득권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정확한 국민의 뜻이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라는 선거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이번 결과를 비례득표율로 지역구 의석수를 계산해보면 약 33%를 얻은 새누리당은 85석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105석, 더민주는 25.4% 득표로 65석이지만 110석, 26.4%를 득표한 국민의당은 68석이지만 실제로는 25석, 7.23%를 득표한 정의당은 18석을 얻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석을 얻었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넘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고, 이 때문에 선거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선관위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야당도 어느 정도 합의한 사항인 만큼, 20대 국회에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돌아보면 20대 총선은 거대 양당제도의 폐해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국민들에 대한 오만과 무례, 옥새투쟁, 셀프공천, 칸막이 비례대표라는 신조어 탄생과 친박-진박-비박, 친노-비노 타령은 오랫동안 쌓여왔던 거대 양당제도 폐해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 국민은 미운 새누리당에게 떡이 아닌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미덥지 않은 더민주에겐 제1당이라는 떡과 제3당이라는 매를 함께 주었다. 신생 국민의당에겐 정당지지 2위라는 선물과 반신반의라는 과제를 함께 주었다. 새누리당의 패배는 분명하지만, 야권에겐 기회와 숙제를 동시에 주었다. 이번 총선의 최대 공로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정당과 지도자에게 국민은 손을 내밀어 주실 것이다.

20대 총선, 국민의 선택은 끝났지만 선택에 담긴 뜻은 진행형이다. 숙제와 과제를 동시에 받은 야권과 회초리를 맞은 새누리당 모두 반성과 함께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개인과 정당의 사욕과 당리당략에 의해 또 다시 국민의 뜻이 왜곡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오버하지 말고 잘 해라, 한 방에 훅 간다” 새누리당의 선거 홍보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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