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실버타운을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주말이 되면 직원이 없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직접 돌봐드려야 했다. 운영이 어려워 직원을 더 쓰지 못하고 혼자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목욕을 시키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했다. 초창기 2년 6개월 정도는 주말마다 어르신들과 함께 보내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잊지 못할 추억도 많다.

어느 주말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초저녁에 잠이 많은 어르신들이 한 명 두 명 잠자리에 드는 걸 확인하는데 할아버지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현관 앞에서 바람을 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셨다. 다가가면서 하늘을 보니 초가을 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부지, 하늘에 별이 정말 많네요”

하고 말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밤하늘을 한참동안 이리저리 살핀 후 말씀하셨다.

“별이 어딨어? 하나도 없는디?”

“저기 보세요. 별이 저렇게 많은걸요”

“별이 많다고? 내 눈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구만?”

‘아차! 할아버지는 시력이 약해져서 별이 안 보이는 것이구나’ 그제서야 큰소리로 얘기해야 조금씩 알아듣는 할아버지의 청력과 마찬가지로 시력도 매우 나빠지셨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 실버타운은 순천 시내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상사의 밤하늘은 순천시내에서 보는 밤하늘과 매우 다르다. 어릴 적 산골인 고향에서 보았던 별천지의 밤하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늘 가운데를 타고 흐르는 은하수와 조금만 높이 뛰면 손에 닿을 듯한 금성, 누가 더 빛나는지 뽐내는 듯한 북두칠성까지, 하늘 가득 머리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아름다운 별빛 잔치가 펼쳐진다. 어르신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그 별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홀로 잠들어도 포근할 수 있었는데 그토록 많은 별들이 할아버지 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오늘 별이 많은가?”

“네. 아부지, 하늘에 별들이 비좁다고 막 밀쳐낼 만큼 많아요.”

“허허, 그려. 많이 보랑께. 난중에 나처럼 까막눈 되믄 깜깜하기만 헝께, 보일 때 많이 봐야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일상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맞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 한 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가 언젠가는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가 오게 된다는 생각에 지금 보이는 저 별빛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죽음을 앞둔 분들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자신을 위한 시간을 좀 더 갖지 못한 것을 이야기 한다. 때로 우리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날 중에 밝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 좋은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시간, 맛있는 것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시간, 사랑스러운 것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 오늘 피어있는 저 꽃은 내가 바라봐 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질 것이다. 살결을 간질이며 불어오는 봄바람도 지나가 버리고 따스한 햇살도 한 순간 뜨거운 땡볕으로 바뀔 것이다. 꽃이 피었을 때 더 자주 바라보고, 바쁜 와중에도 불어오는 봄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잠시 멈춰 느껴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생각해본다.

“여보게, 별이 빛나는 것이 보이나? 별을 볼 수 있을 때 많이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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