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 차기회장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었다.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해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과 함께 3당 체제를 형성하였다.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2석을 확보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와 부산경남에서 9석을, 강남벨트에서 3석을 확보하면서 지역주의 전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수화되고,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이 한 축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정치 지형이 보수화되었다.

여소야대인 국회의 출현으로 더 이상 박근혜 정권의 독주는 쉽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역사학계가 전면적으로 반대해 왔던 한국사 국정화 문제도 이제 원점으로 되돌아 갈 전망이다.

4·13 총선은 ‘87년 체제’ 속에서 치러졌다. ‘87년 민주체제’는 ‘48년 분단체제’와 ‘61년 발전국가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출현하였다. ‘87년 체제’는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의 독재체제를 청산하고, 직선제를 통해 문민정부를 세웠다는 점에서 민주체제이다. ‘87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한국 80년대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다. 그러나 80년 민주화의 봄이 군부의 개입으로 실패한 데 비해 87년 민주화운동이 성공한 배경으로 신데탕트라는 당시 세계정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련이 내부 개혁을 하면서 미국과 평화공존노선을 추구하면서 신데탕트가 형성되었고, 88올림픽을 목전에 둔 한국 상황에서 전두환 정부가 87년 민주화운동을 80년처럼 군을 동원해 진압하기가 어려웠다.

국민은 4·13 선거를 통해 ‘분단체제’와 ‘발전국가체제’로 퇴행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긴장시켜 ‘분단체제’를 악화시켰고, 국가주도를 강화하려 했으나 경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이번 4.13 총선을 통해 ‘87년 체제’가 다시 작동되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87년 체제’는 지난 30년 동안 운영되면서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냈다. 87년 대선이후 1여 3야 구도가 형성되면서 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충청권으로 지역주의가 강화되었다. 90년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 주도로 3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이 된 후에도 지역구도는 지속되었다. 지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정치는 보수 양당구도로 고착되어 정치지형이 보수화되었다. 더욱이 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생긴 ‘97년 신자유주의체제’의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4·13 총선을 계기로 ‘87년 체제’를 보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가야 한다. 4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분단체제, 현존사회주의 진영 해체이후 급변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 재편, 그리고 ‘인공지능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산업세계의 재편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혁명’은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2016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2017년은 ‘87년 체제’ 30주년이 되는 해이자 새로운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지금은 기존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17년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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