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 참사 2년을 맞아

▲ 박두규 시인
저 하늘의 별이 아름답지 않느냐고 그리 쉽게 감상적으로 말하지는 마세요. 별 하나가 빛난다는 것은 세상을 통째로 다 잃는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잃고 그 세월을 다 지워야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 언덕 위의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고 그리 쉽게 말하지는 마세요.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은 너와 나 모두의 꿈들이 하나 되는 일이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분노와 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4.16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 세상에 별 하나가 빛나고 꽃 한 송이가 피는 일은 이제 아름다운 슬픔이고 슬픈 아름다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관련된 책임자들과 정부와 대통령과 물질 중심의 왜곡된 사회구조 까지 모두 반성하고 바뀌고 처벌해야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제자리를 찾고 운영되려면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듯이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사랑으로 가득 차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분명히 압니다. 

이렇게 스스로가 변해야만 나의 주변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나는 변하지 않고 상대만 변하라는 것은 나와 견해가 다르다고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한 배를 탄 승객들입니다. 나는 너를 책임져야 하고, 너는 나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는 모두가 한 척의 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선장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위기의 순간을 맞았을 때 속옷 바람으로 혼자서 허위허위 탈출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이야말로 침몰입니다.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함께 가야합니다.

생명 하나하나가 하나님이신 서로를 섬기며 함께 가야만 우리가 꿈꾸는 사회, 생명의 본향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래야만 그토록 꿈꾸던 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세상에 이르기 전에는 그립다 울지 말고 서럽다 잠 못 이루지 마세요. 모든 슬픔은 아름답고 어떤 아름다움도 슬프다는 것을 우리는 4.16 참사를 통해 배우지 않았습니까. 하늘엔 저토록 아름답고 슬픈 별이 떠 있고 산에 들엔 저토록 슬프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지 않습니까. 저 아름다움과 슬픔을 모두 함께 오롯이 받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 이 글은 2016년 4월 16일 단원고가 있는 안산시에서『생명평화결사』의 ‘백년순례’ 행사 때 낭독할 대국민「서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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