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역화폐를 하는가?

프랑스에서 목회를 할 때 매주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에 갔었다. 벼룩시장에 가면 아랍사람과 프랑스 노인들이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팔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꼭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이민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살기가 어려운 나라이다. 그래서 돈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비인간적이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됨을 이루며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역화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돈이 없어도 거래할 수 있는 품앗이 거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물건을 사면 지역의 돈들이 재벌기업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지역화폐로 거래를 하면 돈들이 재벌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5년 전 순천에 이사를 온 후 순천 시민으로 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순천을 살기 좋은 시민사회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순천으로 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화폐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왔었다. 그러다가 ‘광장신문’에서 지역화폐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지역화폐 준비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지역화폐 ‘순천레츠’ 준비모임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역화폐 준비모임을 통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지역화폐 준비모임을 통해서 지역화폐가 순천에서 뿌리를 내리고 순천시민 모두가 지역화폐에 참여하게 되리라고 믿고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준비모임에서 부족한 것은 교육과 홍보이다. 내가 지역화폐를 위해 하는 일은 겨우 일주일에 한 번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다. 그러나 아주 천천히 준비모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매일 교육과 홍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역화폐 ‘순천레츠’가 지금의 회원들과 함께 순천에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가장 약한 사람이 행복한 사회, 가장 약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지역화폐 품앗이 거래를 통해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과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지난 1년 동안 순천레츠는 스스로 달팽이라 지칭하며 더디고 느리게 성장해왔다. 매주 목요일의 모임에 때로는 단 한 명의 준비위원과 목사님만 참석하여 멋쩍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회원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고 드디어 ‘품앗이 만찬’ 이 4월 30일(목요일) 저녁 7시에 열렸다. 회원들이 음식을 하나씩 가져와 함께 식사하면서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고 품앗이거래를 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집에 있는 물건)들을 서로 돈 없이 하는 거래를 서로 시도해 보았다. ‘품앗이 만찬’의 시도는 참 좋았다.

이 세상을 돈 없이 살 수는 없지만 품앗이 거래를 한다면 돈의 노예가 된 세상을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

제 1회 <품앗이만찬> 이후 목요 모임도 활성화되고 제 2회 만찬과 품앗이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가을에는 지역 화폐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언론조합의 한마당 체육대회 준비에 동참하게 되었다. 행사를 통해서 지역화폐를 홍보하고 60여명의 회원을 만들게 되어 나름의 작은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11월 26일 제 3회 만찬에서는 문화예술 공연도 지역화폐 활동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참 바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

그런데 지난 1년동안 순천레츠를 이끌어주시던 허종목사님이  장애인 사목을 위해 떠나시게 되었다. 순천레츠는 2016년 지역화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상근 활동가를 찾고, 품앗이장터를 현재 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인 물품거래 장터와 폭넓게 연계하여 홍보를 계속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장소의 문제를 류정호 회원의 후원으로 독립된 공간을 갖게 되었다. 한때 유흥업소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커다란 간판‘대월’이 이제는 순천레츠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거의 매일 자발적인 노동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최재운 회원, 반짝반짝 쓸고 닦고 청소하는 여린 소녀보다 더 고운 김인아 회원, 무료로 간판을 만들어준 최병무 회원, ‘대월’이라는 걸죽한 이름을 ‘꿈꾸는 장터’라 바꿔 지어준 이옥자 회원 등  레츠회원의  대부분은  자발적인 참여를 즐기며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새롭게 변하려는 순천레츠는 1년 동안 단 한 번의 결석도 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 최재운 회원을 대표로 선임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하는 지역화폐 순천레츠의 2016년의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느린 달팽이가 기어기어 찾아가는 곳을 따라가 보자. 언젠가는 우리가 꿈꾸는 그 곳, 그 세상에 지역화폐 순천레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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