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도 관심 갖는 이가 없는 모양이다. 이렇게 씁쓸하게 사라질 것을 그 난리 속에 동료직원들에게 깊은 상처까지 줬나 싶다. 순천시공무원노조(이하 순공노) 이야기이다. 순공노가 지난 3월 28일 노동부에 의해 직권 해산되었다고 한다.

9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06년 7월 노관규 시장이 취임했다. 취임 뒤 그는 순천시청 직원 대부분이 가입해 있던 전국공무원노조 순천시지부(이하 전공노 순천지부)가 불법단체라며 탈퇴하라고 압박했다. 12월 12일까지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중징계하겠다고 직무명령을 내리고 노조사무실도 강제로 폐쇄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7명에 대해서는 2007년 2월 27일 파면하거나 해임했다. 단지 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7명은 거리로 나앉았고, 천막농성과 거리시위가 이어졌다.

파면․해임된 직원들이 부당한 노조 탄압이라며 노관규 시장을 상대로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순천시청 직원 일부 직원들이 제2의 노조를 만들었다.

전공노 탈퇴를 주도했던 순천시 총무과에 2007년 1월 정기인사 때 자리를 옮긴 최영룡 씨가 주도하여 2007년 6월 20일 순천시공무원노조를 창립한 것이다. 전공노 순천지부가 노관규 시장을 상대로 부당한 노조탄압이라며 투쟁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순공노를 창립한 것이다. 당시 파면․해임된 전공노 순천지부 간부들은 “부당하게 해임된 동료를 돕지는 못할망정 노조 파괴의 손발을 자임하고 나섰다”며 “동료 직원들에게 칼을 맞은 심정”이라며 비통해 했다.

이후 순공노는 노관규 시정과 궤를 같이하며 시정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회를 압박하는 등 어용노조의 길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순천시는 순공노 가입을 독려했고, 당시 순공노 간부들은 노관규 시장 재임기간 줄줄이 승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노관규 시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한 이후 순공노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조충훈 시장 취임 이후 노조 활동이 줄어들더니 얼마 후부터는 활동이 아예 중단되었다.

노조 조합비도 걷히지 않았고, 회의를 열수도 없을 정도로 기력을 잃었다. 노조활동 중단 뒤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조합비 횡령 혐의로 내사를 받기도 했다. 노조를 해산하려도 해산총회를 해야 하는데, 총회를 열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일 법 하다. 순공노의 남은 간부들 입장에서는 말로가 비참했을 법도 하다.

순천시에 따르면 순공노는 결국 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해산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하고, 노동부에서 직권해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를 두고 조직을 다시 복원한 전공노 순천지부는 4월 5일(화) 성명을 내어 “지금까지도 노관규 전 시장과 그 하수인들은 책임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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