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세돌기념사]

▲ 김계수
순천광장신문 발행인
존경하는 순천 시민 그리고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여러분.

저희 순천광장신문이 창간 세 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 간 저희 순천광장신문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신문을 지켜주신 구독자와 조합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3년 전 순천광장신문은 ‘건강한 자연, 따뜻한 이웃, 당당한 시민’이라는 기치 아래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당찬 꿈을 안고 창간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그간 시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에 충실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책 담당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와 함께 시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요구와 관심을 시정에 전달하는 매개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많은 시민들의 기대에 아직 미치지 못한 데 대하여 매우 아쉽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고용형태 또한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 고용의 안정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국민이 날마다 평균 40명씩 자살함으로써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 또한 갈수록 심해져서, 소득 순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이 땅의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게 했고, 이 땅에 자신의 부모가 살고 있지만 않다면 이 나라를 조국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참으로 두려운 현실을 낳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두려운 것은 이렇게 암울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전환을 이룰 1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총선을 위한 각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특별히 재벌기업에 친화적인 주요 정당·정파들에게 그러한 발본의 전환을 이루어달라고 요구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우리 자신과 지역사회에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과 삶을 꾸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상극에서 상생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결과와 업적을 중시하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관계와 과정 속에서 서로 화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따뜻한 우의를 발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협동조합은 바로 그러한 목적과 이상으로 시작되었고, 대안적 경제 체제로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의 하나로서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외에도 순천의료생협, 호남철도협동조합 등 공익을 우선시하는 협동조합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순천언론협동조합 또한 그러한 바탕 위에서 건전하고 비판적인 지역언론으로서의 사명을 자임하면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으로 인하여 아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합원, 구독자, 시민 여러분. 협동조합은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실현되는 장으로서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저희 순천광장신문이 지역민의 의견을 올바로 담아내고, 지역사회를 민주적인 공동체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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