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봄꽃이 향기롭다. 이 봄날을 가장 반길 사람은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아닐까? 1월부터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길거리에서 얼굴 알리느라 참 힘들었을 것이다. 후보와 정당들 말고는 선거를 기다리는 시민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았지만.

선거로 뽑히는 정치인은 사회적 갈등을 제도적으로 조정할 책임자들이다. 그런데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번엔 달라지면 좋겠다. 그 변화의 모습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보고 싶다. 선거는 시민과 정치인이 대화하는 열린 장이니까.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긍정적인 언어에 익숙한 후보들이면 좋겠다. 명함, 현수막, 문자메세지, 차량과 마이크를 사용한 연설 등이 소음 공해로 전락하지 않기를 빈다. 막말로 외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다수의 국민이 좋아할 것인지? 그렇다고 선거운동을 드러나게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시끄럽기만 할 뿐 감동이 없는 선거운동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제대로 보고 들으면서 말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방적으로 외치기보다는 시민과 눈을 맞추고, 하고 싶은 얘기까지 들어준다면 지지하는 마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 마이크를 통해 분노를 토하기보다 밝은 미소와 유머로 다가서는 후보가 마음의 박수를 받지 않겠는가. 정책을 제시하는 목소리라면 작고 부드러워도 시민은 가까이 다가가고 귀담아 들으려고 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언어 작용의 긍정성과 부정성의 비율로 따져볼 수 있다. 긍정적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긍정성과 부정성의 비율이 최소한 3 대 1은 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남녀 관계를 유지하는 긍정성 비율은 5대 1인데, 긍정성 비율이 2대 1이면 의기소침하고 1대 1이면 우울하게 된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짜증나고 부정적인 언어가 우울한 사회의 한 원인이었음이 분명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의 슬로건을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내걸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정치인들의 말이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부정적인 언어와 적대감이 난무하는 말을 대폭 줄여서 긍정적인 언어를 3배 이상 쓰는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입후보자들의 말과 구호를 잘 따져보길 바란다.

필자는 투표할 선거구 후보 유세는 두 번 이상 들어보려고 한다. 적대감이 넘치고 부정적인 말이 많은 후보의 유세장은 오래 있지 않고 돌아설 것이다. ‘헬 조선’이라고 표현되는 사회의 어두움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고민한 얘기를 긍정적으로 풀어간다면 끝까지 들을 것이다. 강자에 대한 도전의식과 약자에 대해 공감하는 문자라면 야무지고 매몰찰수록 호응할 것이다.

‘물이 얕으면 소리가 크고 사랑이 적으면 이유가 많아진다’고 했다. 거칠고 독기 있는 말은 그 근거가 약한 것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해와 설득은 큰 목소리나 많은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소곤소곤하는 속삭임이 오히려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조용하게 시민의 소리를 듣고 원칙적인 결단과 시대정신을 포효하는 정치인이 그립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인을 뽑는 선거는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일이고, 시민의 소리가 하늘의 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마당은 긍정적 언어로 시민들과 대화하는 정치인을 찾고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다. 지금부터 4. 13 선거일까지는 참 좋은 봄날이다.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정치 변화를 이끌어갈 후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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