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담철
산업인력공단 전남지사장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것 같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조석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은 우리들을 상큼하게 가을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순천에 발령받아 근무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이곳 순천에서는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출·퇴근하니 교통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해소되는 것 같다. 내가 이용하는 길은 숲이 잘 조성되어 있고 또한 흙길이다. 지봉로 옆길로 팔마중학교 인근 아파트 숲길부터 조례초등학교 근처 동신아파트까지 걸어서 약 25분정도 소요된다. 그러니 매일 출·퇴근으로 하루 걷기를 약 50분 정도 하는 것이다.

이 길은 저녁에도 어둡지 않게 길을 밝히는 가로등을 설치하여 걷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도심에서 삼림욕을 하듯 숲과, 흙냄새를 맡으며 흙을 밟고, 출, 퇴근한다는 것은 서울 등 다른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심에서 숲이 잘 조성된 곳이 많지 않고 더욱이 흙길을 밟아 보기가 쉽진 않다. 숲과 흙길을 밝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특별히 숲과 흙길을 밟아보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었다. 그중 하나는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숲과 흙길을 밟아 볼 수 있는 등산코스를 일부러 선택하여 가곤 했다. 특히 자주 이용했던 곳은 북한산 대피소에서 대동문을 거쳐 대남문으로 이어지는 능선 아래 고즈넉한 등산로이다. 일반 등산객들에게 이 길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여유롭게 삼림욕을 하면서 흙길을 밟고 등산하곤 했다.

그러나 순천에서는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쉽게 시민들이 이러한 숲과 흙길을 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천시민들 생활의 질을 많이 향상시킨 것 같다. 순천에서만 살아온 시민들은 이런 작은 행복을 잘 느낄 수 없겠지만 다른 도시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도심의 숲과 흙길이 얼마나 좋은지 느낄 수가 있다.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되며 공생하고 타 도시와 차별화되고 진정한 생태수도 순천을 만들려면 도심 곳곳을 자연친화적으로, 숲과 흙길을 더 많이 넓히고 공원화하여 도심을 푸르게 조성한다면 순천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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