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청순넷 대표 김혜민

순천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청년들의 삶이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난리다. 실제 청년들의 삶은 절망적이기만 할까? 다른 지역이 아닌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순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두 청년의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 순천 청년들의 삶을 엿보고자 한다.

2014년 겨울, 서울에서 한 청년이 순천에 내려왔다. 20대를 너무 치열하게 지낸 탓인지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而立’인 서른 살이 되니, 삶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펼치기 위해서 정착지를 물색하던 중 이런저런 인연으로 순천에 머물게 되었다. 

 
지역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까 고민하다가 혜민 씨는 게스트 하우스를 열게 되었다. 많은 직업 중에 그가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게스트 하우스가 돈벌이 수단을 넘어 “성수기에는 여행자들의 사랑방, 비수기엔 지역청년들의 사랑방”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20대는 사회적 경제, 사회혁신 영역에서 공익적 활동을 했던 터라 그에게는 게스트 하우스를 열 만한 ‘물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지난 5년 동안 아껴가며 모은 돈으로 오픈했지만 더 큰 꿈을 실현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동안 살면서 만들어 온 끈끈한 ‘사회적 자본’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청년들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주었다. 일명 ‘인간 김혜민 펀드’. 그때 모은 펀딩 자금은 쓰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 또래 청년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김혜민 대표

순천에 내려온 지 1년쯤 되었을 때, 그이는 또래 청년들이 만나고 싶어졌다. 점점 수면으로 가라앉아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청년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싶었다. ‘점’이 되어 가고 있는 청년들을 ‘선’으로 잇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혜민 씨는 손수 웹자보를 만들어 순천대 홈페이지나 SNS에 올려 청년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 밥버거와 귤, 매실차를 마련해 놓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오픈테이블이 열렸고, 그곳에서는 어떻게 하면 순천 청년들이 더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작당’들이 시도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청년들이 3~40명이나 된다.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 50명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모임들을 기반으로 해서 청년순천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 모임에서는 재능 기부 형태로 ‘캘리그라피 강좌’를 열기도 하고, ‘전국 방방곡곡 공정무역 토크’ 행사를 순천 지역에서 열기도 하였다. 행사 기획뿐만 아니라 모여서 ‘순천시 청년 일자리 창출 촉진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혜민 씨는 순천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있지만, 순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최근에는 전국을 누비며 순천에서 이루어진 청년활동들을 소개하러 다닌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청년들의 활동들이 있으면 찾아가서 배운다.

그이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20대에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인 ‘서울시 청년허브’와 같은 청년지원조직을 순천에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순천판 청년허브’를 통해서 순천에 100개의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청년들이 연결되고, 수면 아래에 있던 청년들이 지역 사회에 나와서 지역 사회의 주체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을 만드는데 혜민 씨는 자기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혜민 씨는 “순천 인구 28만 가운데 7만여 명이나 차지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불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뛰어들어 조금이나마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해 나가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혜민 씨는 ‘나의 세대’의 문제까지 고민하는 걸까?   

“지금까지 청년으로 살면서 느낀 우리 세대의 고민과 불안 등의 문제들이 저에겐 매우 치열했어요. 나의 문제를 넘어 내 주변 친구들의 문제이기에 나처럼 힘들었던 사람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노력으로 그 고통이 짧아지고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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