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 장선우(가명)라고 합니다. 이제 새 학기가 됐는데 무지하게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그냥 저의 새 학기에 대한 첫인상은 별로 안 좋고, 그리고 저와 잘 맞는 친구를 찾느라 힘이 듭니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온종일 딴짓만 하고 잠만 잤습니다.

저도 성격이 밝을 땐 밝은데 이상하게 처음 보는 모르는 얘들하고만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조용하고 우울해지고 그땐 정말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만 듭니다. 옆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겠고 옆에 아이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한번은 옆에 있는 애가 너희 집 어디냐고 묻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혀 바보처럼 웃기만 했습니다. 아마 반 친구들이 나를 바보라고 느낄 것만 같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는 학교 가기가 정말 싫어지고 심지어 등교 때 학교가 가까워지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정말 이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장 내일 학교 가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저의 고민에 알맞은 답변 같은 게 있나요?


이러면 어떨까요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고민하고 있군요. 새 학기가 되니, 선생님도 바뀌고, 친구들도 새로 사귀어야 하고, 공부도 조금 더 어려워지고 새로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거운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고, 이렇게 용기 내 고민을 얘기하니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도 들어요.

지금 선우 군에게 학교는 의미 있고 즐거운 곳이라기보다는 싫고 두려운 장소인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계속 가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고 꾸준히 학교에 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잘 하는 일이네요. 만약 가기 싫다고 자꾸 학교를 빠지게 되면 학업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좀 뒤처지게 되고 더 낯설어져서 더욱 학교에 가기가 어려워져요. 그러니 지금처럼 가기 싫은 마음을 좀 이겨내고 꾸준히 학교에 나가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해요.

먼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선우 군 스스로 왜 학교 가기가 싫은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라요. 원인을 알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좀 더 쉬워지니까요. 선우 군의 경우는 자신과 맞는 친구를 찾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문제가 어려움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 학기와 같이 환경이 새롭게 바뀌었을 때 조금 더 쉽게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새 친구를 금방 사귀고 친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친구를 사귀는데 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좀 걸려요. 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외향적인 사람은 적응을 빨리하고 친구를 쉽게 사귀지만, 조용하고 침착한 편인 내성적인 사람들이 적응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데 다소 오래 걸려요.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비사교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실속 없이 친구를 사귈 우려가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오래 지속해요. 처음 사귀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내성적이면 내성적인 대로 친구들이 좋아할 수 있어요.

새 학기라서 많은 것이 낯설고 불안한 것은 다른 친구들도 조금씩은 느끼고 있을 거예요. 선우 군은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서는 내성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긴장되고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선우 군이 말한 대로 선우 군의 밝은 면들이 더욱 드러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마음을 좀 편안히 가져보려고 노력하고, 먼저 말을 걸기 어려우면 주변 친구들이 말을 걸어올 때 웃으면서 간단하게라도 대답하려고 노력하기 바라요. 선우 군이 염려하는 것처럼 친구들이 바보 같다고 느끼기보다는 아마 말 없고 조용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말고, 더 친해지고 싶다면 말도 조금씩 더 하고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면 이전에 좀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좀 더 많이 접촉해봐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고, 친구들이 생기게 되면 학교에 가는 것이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워지려면, 학교에 가기 싫은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무언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되지요.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면서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지기 바라고, 좋아하는 과목 시간을 떠올려본다든지, 하고 싶은 특별활동반을 찾아가서 한다든지 하면서 학교생활에 더 흥미를 갖도록 노력해 보세요. 지금 참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학교에 나가면서,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용기 내서 꼭 도움을 요청하고 의논하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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