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정원과 도서관이 있다면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로마의 문학가요 철학자인 키케로의 말이다.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순천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순천은 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과 국가정원인 순천만정원이 있어 제법 정원도시답다. 게다가 걸어서 10분이면 만날 수 있는 43개의 작은 도서관을 가진 도시이다. 도서관의 수로 보나 장서의 숫자로 보나 전국 평균 두 배에 달한다. 키케로의 말대로라면 순천은 사람이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다 가진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정원과 도서관을 하나로 엮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원과 도서관은 별개의 일처럼 연관성을 갖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무슨 일이든 두 가지, 세 가지를 융합 할 때 엄청난 시너지가 따라온다는 점이다.

몇 해 전 경기도에서 일터와 삶터를 함께 하는 융복합 도시를 만들어 출퇴근 시간을 줄임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북 카페가 바로 좋은 예다. 과거에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공간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북 스테이가 점차 관심을 끌고 있다. 책과 잠자는 것이 무관해 보이지만 연관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의 언론인 얼 쇼리스는 미국 빈곤에 관한 글을 쓰기위해 1983년 취재차 뉴욕의 한 교도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 여죄수에게 가난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그 여죄수는 부자들이 누리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얼 쇼리스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생각과 정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1995년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직업훈련과 같은 재활훈련을 통해서 빈곤을 극복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멘탈 붕괴의 시대에 우선적인 일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보다 정신적 가치를 세우는 일이다. 정원과 도서관이야말로 정신세계를 풍부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도서관의 책은 교양과 지식을 겸비한 일류 시민을 만들어 주는 길잡이가 된다. 정원은 기계문명으로 마음이 깨어진 현대인에게 쉼과 치유를 선물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책과 정원은 서로 뗄 수 없는 연관관계에 놓여 있다. 이 둘을 융합하여 양자의 기능을 극대화하면 인류가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융복합의 대상은 정원과 도서관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 시청 산하 기관들끼리, 지역에 소재한 기업과 기업, 다양한 시민단체들끼리 협력을 꾀할 수 있다. 다만 순천의 상징처럼 여기는 도서관과 정원이 별도의 기관으로 머물지 말고, 연관성을 지어 시너지를 창출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뜻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학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을도서관은 지역의 화가들과 협업을 이룬다고 한다. 책과 그림이 어떻게 어울릴까? 시 당국에서 지역 화가의 그림을 구입하여 도서관에 비치하면 시민들은 도서관 회원권으로 그림을 대출하여 자기 집에 6개월 정도 걸어둘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정책을 통하여 지역 예술가의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도록 보장해 주고, 시민들은 화가의 작품을 자신의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한다.

순천시가 처음부터 정원과 도서관을 연관성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지만 책과 정원이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인류의 로망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동화 작가 앤드류 랭은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고 했다. 순천은 이미 이 두 가지를 채워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남은 과제는 책과 정원을 융합하여 시너지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전문가 집단의 지혜와 시민의 관심을 융합하여 책과 정원이 어우러지진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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