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여성의 참정권,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등도 그들의 투쟁의 성과였음을 알아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 108주년이 되는 지난 8일 순천에서 의미 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후 전국 27곳으로 확대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순천에도 설치하자는 순천지역 여성단체들의 제안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과 함께하려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가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문제 해결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을 전후세대가 기억하고,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한일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합의를 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비판 중단과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피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조차 없는 합의는 결국 전 국민적인 반발을 불러왔고, 일방적 합의를 유도한 무능한 외교라인의 경질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역사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고, 민족의 이익을 침해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못했다. 해방 직후 반미특위에 의한 친일파 청산이 좌절되었고, 박정희 이후 반복된 군사쿠데타 세력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묻지 못했다. 심판받아야 할 그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역사 정의를 세우는 것 보다 기득권에 부역하는 풍토가 만연하였다. 그 같은 풍토가 지금에 이르러 정의나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돈이라면 생명의 가치고 뭐고 없다. 참 천박한 세상이다.

그 흐름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이어졌다는 자괴감이 많은 사람들 마음에 자리 잡았다. 당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9명을, 사고 2년이 되는 지금까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진상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란리본을 달고 다닌다.

‘평화의 소녀상’도 마찬가지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전국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제강점기의 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밝혀야 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다음세대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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