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겨울 어느 날  
순천에 오랜만에 눈이 왔다.
갑자기 소녀가 된 듯 들뜬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나섰다.
눈발에 미끄러지는 자동차 바퀴의 위태로움도 중년 아줌마들의 설렘을 막지는 못하더라.
창 넓은 찻집에서 긴 수다도 떨어보고 주변의 눈을 피해 간간이 셀카도 찍어보았다.
오랜만에 참 좋았다.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였던가?
친구가 아니라 웬수인가?
우리의 멘탈을 초토화 시킨 천인공노할 세 장의 사진을 공개해본다.


▲ 생일선물 장미20송이 (자세히보면 5만원권 포장지가 보인다. 5만 원 × 20 = 백만 원)

▲ 결혼기념일 선물 달걀 한판(또 보인다 . 오오오오~~~ 5만원권 포장지. 5만 원 × 30 = 150만 원)

아~~~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아!!! 부럽다.
마지막 사진은 남은 세 친구를 실신하게 하였다. 
우리는 이 짧은 여행을 위하여 전시에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대청소까지 한 후에 집을 겨우 빠져나왔건만,
이 여인은 사랑의 편지를 받으며 애틋한 배웅까지 받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 왕지동 진경숙씨가 받은 1박2일 여행 격려편지 + 금일봉 (여성독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하여 금액은 차마 밝힐 수가 없다.)

지금은 느낄 수 있지요.
지나온 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 
돌아보면 부족했던 나 자신을 책망하며 그때가 그립네요.
모처럼 집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시고요 !
오늘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듯이
일상 속에 당신이 있어 늘 행복하네요.
내일 하얀 눈이 되어 마중 나올 거에요.
눈과 친구와 함께 즐거운 여행 보내세요.
당신의 남편 ○○○ -



아 ~~ 믿고 싶지 않다.
자작극이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인 것 같다.
오 호 통재라!  오 호 애재라! 남의 떡이 커 보인다더니 태산 같아 보인다.
세상에 이런 남편이 있을까요?
순천에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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