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함께‘요리랑 독서랑’프로그램으로 케익을 만들고 있다.

조례동 서해골드빌 아파트 상가에는 그루터기 도서관(오미나 관장)이 있다. 상가건물을 얻어 만든 도서관으로 외부는 시멘트이지만 내부는 편백나무로 인테리어를 하여 편백 향이 가득하다.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어 카페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원을 오가며 잠시 쉬어가기도 해서 쉼터 같기도 하다. 가끔은 요리교실을 열어, 간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는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아이들은 놀다가 지치면 책을 읽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재우고 책을 읽고, 차도 마신다. 일반도서관은 시끄러우면 나가야 하지만 이곳은 아이가 울어도 제지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 그루터기도서관 오미나 관장
▲ 학원가는 사이 짬짬이 들르는 아이들과 함께 팔찌를 만들고 있다

오미나 관장은 광주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하며 작은 도서관의 꿈을 꾸었다. 한국사회의 교회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서 섬기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본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도서관이 좋았기 때문이다. 개척 교회를 준비하며 작은 도서관을 꿈꾸고부터 책을 모았다. 아이들 책도 학년별로 매달 구입하고, 어른 책도 규모를 정해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도움이 이어졌다. 책이 있으면 보내주기도 하고, 가지러 오라고 전화가 오기도 했다. 1년 전부터는 다른 곳에 책이 있으면 트럭을 빌려서 실으러 갔다. 많은 책들이 꼭 쓸모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300권중에 겨우 세권을 건진 적도 있다. 나머지는 폐지 모으는 할머니들께 드린다. 책이 한정된 공간에 있으니 좋은 책만 선별해서 책장에 넣는다. 그렇게 모아진 책이 6000권 정도다. 20여 평 도서관 책장이 꽉 차서 교회까지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루터기 도서관은 책을 가까이하는 방법으로 독서와 요리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책을 안 보던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교회 공간을 물색하는 던 중, 교회와 도서관을 폼이 나게 운영할 수 있는 단독 공간을 물색하던 중, 이곳에 자리 잡았다. 많은 상가가 밀집한 곳이라 도서관도 교회도 눈에 띄지 않지만 인근에 걸어서 갈만한 도서관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고심 고심하여 이곳에 자리 잡았지만 요즘은 집에 있는 분도 많지 않고, 교회라는 상황이 부담되는지 쉽게 들어오길 꺼린다. 그래도 이 공간에 자리 잡아서 만족스럽다고 한다. 호수도서관까지 가기에는 꽤나 먼 거리라서 작은 도서관이 필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오 관장은 빌게이츠의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루터기 도서관이 있어 동네에 빌게이츠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찾아오는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아직은 동네 사람들 보다 그루터기도서관 분위기가 좋아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하루하루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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