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동 서해골드빌 아파트 상가에는 그루터기 도서관(오미나 관장)이 있다. 상가건물을 얻어 만든 도서관으로 외부는 시멘트이지만 내부는 편백나무로 인테리어를 하여 편백 향이 가득하다.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어 카페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원을 오가며 잠시 쉬어가기도 해서 쉼터 같기도 하다. 가끔은 요리교실을 열어, 간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는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아이들은 놀다가 지치면 책을 읽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재우고 책을 읽고, 차도 마신다. 일반도서관은 시끄러우면 나가야 하지만 이곳은 아이가 울어도 제지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오미나 관장은 광주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하며 작은 도서관의 꿈을 꾸었다. 한국사회의 교회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서 섬기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본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도서관이 좋았기 때문이다. 개척 교회를 준비하며 작은 도서관을 꿈꾸고부터 책을 모았다. 아이들 책도 학년별로 매달 구입하고, 어른 책도 규모를 정해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도움이 이어졌다. 책이 있으면 보내주기도 하고, 가지러 오라고 전화가 오기도 했다. 1년 전부터는 다른 곳에 책이 있으면 트럭을 빌려서 실으러 갔다. 많은 책들이 꼭 쓸모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300권중에 겨우 세권을 건진 적도 있다. 나머지는 폐지 모으는 할머니들께 드린다. 책이 한정된 공간에 있으니 좋은 책만 선별해서 책장에 넣는다. 그렇게 모아진 책이 6000권 정도다. 20여 평 도서관 책장이 꽉 차서 교회까지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루터기 도서관은 책을 가까이하는 방법으로 독서와 요리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책을 안 보던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양은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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