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흔이 넘고 쉰을 지나 환갑이 되어도 첫사랑이 생각나고 이성을 만나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노년기에도 사춘기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어르신이 많다.

‘공주님’의 사랑
우리가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팔십대 중반의 할머니가 계셨다. 하얀 얼굴과 부드러운 미소, 자그마한 몸이 초봄에 피어나는 야생화 ‘양지꽃’을 연상시키는 분이었다. 얼마 전 고관절 수술을 하셔서 휠체어를 타기 전까지 공주님은 친한 할아버지 두 분과 장날엔 시장 구경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공주님의 이동이 불편해지자 세 살 어린 ‘태산’님은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꺾어와 사무실에 가져다주고 주방에도 가져다준 후 공주님에게도 선물하였다. 꽃보다 환하게 웃는 공주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감 있어 보였다. 또 식사시간이 되면 10분 일찍 나와서 공주님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식탁에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보살핀 후 본인 자리로 가고, 식사가 끝나면 방으로 모셔다 드렸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꼭 공주님의 옆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요양보호사들이 혹시 할머니들 사이에 앉혀 놓으면 본인도 휠체어를 타면서 “왜 꼭 내 옆에 휠체어 탄 사람을 앉히는 거야”라며 불평을 하였다. 대학시절,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꽃을 전해주기 위해 여자의 주변사람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먼저 준 후 마지막에 꽃다발을 내밀던 녀석이 있었다. 태산님도 그 녀석처럼 멋지다. 이분들의 마음이 그 젊은 시절의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호인’의 열애
73세의 ‘호인’님은 아침 식사를 마치면 매일 복지관으로 버스를 타고 나가셨다. 시설에 입소하기 전부터 다니던 곳이라 복지관에 가서 운동도 하고 춤도 추고 점심을 먹은 후 저녁식사 때 쯤 시설로 돌아오셨다. 어느 날 그분께 복지관에서 사귄 열 살 차이 나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가끔 그 여자가 시설에 놀러오기도 했다. 외박을 하는 일도 생겨 여쭤보았다. “아버지 어제 어디서 주무셨어요?” “여자 친구랑 잤지” 그 후로 호인님은 신이 나서 여자 친구와의 연애담을 들려주셨는데 몇 달 후 원룸을 얻어 시설을 나가셨다. 새로운 사랑과의 삶을 위해… 자녀들의 반대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단칸방에서 살림을 차리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성적 기능은 인간의 어떤 기능보다 오래 지속되는 기능이다. 일정한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 육체적, 정신적 욕구는 평생 계속되는데, 이러한 성욕은 고환이나 난소의 영향보다는 대뇌에서의 기억이 많은 관여를 하게 된다. 꼭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스킨쉽,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다. 노인의 성행동은 생존욕구를 넘어서 심리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면 노년기의 사랑이 얼마나 절절한지 알 수 있고, ‘죽어도 좋아’를 보면 노년기 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젠 노인의 사랑 축하하자
노년기 성생활의 장애요인을 보면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으로 나뉜다. 심리적 요인은 ‘건강에 대한 두려움(32.2%)’과 ‘점잖지 않은 것 같아서(27.8%’), ‘성교 실패에 대한 두려움(10.5%)’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요인은 ‘도덕적 갈등(33.8%)’과 ‘사회적 무시(24.8%)’, ‘이성을 만나지 못하는 것(16.5%)’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 스스로 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설 종사자나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이성교제와 재혼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축하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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