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2 여학생인 장지영(가명)입니다. 근데 아빠는 절 때립니다. 도시락 같은 것도 제가 챙기고 다니고요. 한 번도 말썽 같은 것도 피운 적 없어요. 얼마 전엔 제가 처음으로 2등을 했는데요. 뭐라는 줄 아세요? “1등도 못한 주제에 잘난 척하지 마라.”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중에서 반을 부모님 드리고 반은 제 통장에 넣었는데 “그 돈 어쨌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셔서 뭐하냐”고 그랬더니 “이게 벌써 돈 탔다고 유세 떤다”고 막 때리는 거예요. 뺨이고 머리고...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머리가 아픕니다. 

눈 딱 감고 저도 아빠 뺨 한 대 칠까, 칼부림이라도 해 볼까, 저 인간 제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우리 아빠가 비정상적인 인격은 아니에요. 남 앞에선 한없이 착하고...폭력행사도 저한테만 합니다. 이런 아빠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도저히 용서도 안 되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저한테는 그러면서도 엄마랑 사이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남이 보면 완전 성인군자에요. 어떻게 할까요?

18세나 되가지고 맞는 게 무지 창피하지만 어떻게 하면 부모님이 절 안 때리고 전 안 맞을 수가 있나요? 이제는 정말 맞는 게 죽기보다 싫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지영양 고민 잘 들었네요.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고2나 되는 나이에 아빠한테 맞고 보니 정말 많이 속상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겠어요.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는 잘 대해주시면서 지영양에게 하는 행동은 너무나 달라 더욱 상처가 되었겠어요. 아빠가 아예 계시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아빠에 대한 원망이 크고 힘이 많이 들었군요. 아빠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는 것 같아요.

2등을 하면서 지영양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고생을 하며 공부했을 텐데 기쁘게 받아들이시기는 커녕 1등도 못했다고 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지영 양이 아빠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을 텐데 말이예요. 칭찬해 주고 기뻐하실 거라 생각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때리기까지 하셨다니 무척 속상했겠어요.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도시락까지 스스로 챙기고 다니는 성실한 딸인데 아빠가 몰라줘도 너무 몰라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지영 양은 나름대로 자기 일을 충실히 하면서 생활하는데 칭찬은커녕 맞기만 했으니 억울한 마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젠 안 맞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먼저 아빠가 보통 때는 그렇게 순하신 분인데 왜 지영양에게만 유독 그러한 행동을 하시게 되는 걸까요? 자기 일을 잘하고 장학금까지 받는 딸이 고맙고 대견하게 느껴질 때도 있으시겠지요. 그런데 가끔 지영 양의 어떤 태도에서 아빠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드시는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가게에도 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고 혼자 잘하다 보니 어떤 일은 의논하지도 않고 혼자 하고 장학금도 혼자 결정해서 처리하고 혹시 아빠의 자존심이나 기분에 지영 양이 조금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게다가 “아셔서 뭐하냐?” 이런 표현은 그런 아빠를 더 화나게 할 수 있지요.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또 부모로서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런 느낌을 들게 하지 않을는지요? 더구나 성인군자 같으신 분이라면 그렇게 때리시고 혼자서 분명히 마음 아파하실 것입니다. 아빠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가끔은 작은 일도 의논하고 아빠를 생각해 드리는 마음 표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빠가 지영양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그런 부분이 아닐까요? 아빠는 지영 양이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 해나가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갖는 끈끈한 사랑이나 정을 느끼고 싶으신 게 아닐는지요? 최소한 맞지 않으려 할 때도 아빠를 자극하는 표현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격이 좋은 사람도 자신만의 콤플렉스가 건드려지면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 나아가 이런 아빠를 이해한다면 간단한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먼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또 맞을 때는 속상했다는 것과 앞으로는 아빠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아빠는 지영 양의 그러한 노력을 기다리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빠에 대해서 서운한 것만 표현하기보다 아빠의 마음도 헤아려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지영양이 진솔하게 아빠에게 다가간다면 아빠도 태도가 달라지실 수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만 힘이 들고 어색하지 자꾸 아빠와 이야기하고 편지도 쓰고 그러면 자연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어색 한 건 잠시지만 아빠와 계속해서 멀어지고 힘들어질 수는 없잖아요. 지영양 마음도 편하지 못 하구요. 노력해보세요. 그럼 힘내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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