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오후 4시쯤 화물차 등록증을 변경하기 위해 순천시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했다. 여러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라 범칙금고지서가 많았다. 현장에서 범칙금을 납부하려고 현금을 가지고 대기 중이었다. 민원처리에 30분 예상하고 왔는데, 20명 이상 대기민원이 있는 데다가 현금 수납이 되질 않았다.

1시간 정도 대기 후 접수를 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용지별 가상계좌를 받아서 일일이 송금하고 확인서를 받아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두 번 세 번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다시 질문하기가 싫어졌다. 물론 법규를 위반하고 체납한 책임은 전적으로 차주에게 있다. 하지만 행정에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에게 알아서 처리하라는 담당 직원의 태도에 심기가 불편했다. 그들에게는 젓가락질만큼 쉬운 일이겠지만 민원인에게는 서툰 홍두깨질 같기만 하다.

좀 친절히 안내해주면 안 되나? 이 불편한 문턱이 도대체 언제나 낮아질까?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맞불을 놓자. 오늘 진상 민원인 한번 되어보자 망설이고 있을 때 한 직원이 다가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무래도 제가 처리해 드리는 게 정확하고 빠를 겁니다.” 여러 건의 가상계좌와 입금 처리를 도와주었다. 짜증, 서투름, 분노, 그리고 어색함과 미안함까지 순간 여러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분노의 감정으로 찡그렸던 미간을 일순간 바꾸려니 어색하고 미안해서 시선을 고정하지 못 하겠더라.

결국, 여섯시가 되었다. 공무원 퇴근 시간, 마감친다는 소리, 막걸리 한잔 하자는 소리를 들어보니 직원들은 대기실에 아직 남아있는 민원인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것 참 내일 다시 와야 하나? 난감한 순간이었다. 담당 창구 직원은 퇴근을 미루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었다. 휴대전화 사용에도 문제가 생기자 직원이 다시 본인의 휴대전화기로 마무리를 해주어서 우여곡절 끝에 등록증을 받았다.

언제부턴가 세상을 삐딱하게 보아왔고 늘 불평이 익숙했었는데 오늘 만난 허병일 씨의 작은, 아니 큰 친절을 경험하며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감사보다는 불평을 앞세웠던 방어기제들이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이제는 민원인들도 관공서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 안내를 통해 필요한 서류를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에는 어떠한 예외도 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민원인도 이제는 같이 변화 할 때라고 본다.

오늘 일을 정리하며 약속 하나 해본다. 위반을 안 하면 더욱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 범칙금은 제때 꼬박 내야겠다. 불편한 경험이었지만 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더라는 것을 알게 된 기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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