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준 편지는 참 기쁘게 잘 받아보았소.
낯선 곳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하지 못하고 어두운 것 인가를 내려오면서 실감했소.
열차가 출발할 때 차창을 통해 당신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찾아 애를 썼지만 헛수고였소.
다음의  만남을 기약 할 수밖에…

 
부대에서는 나를 많이 부러워하는 모양이오.
이등병주제에 남들은 한 번도 가기 힘든 외박을 두 번씩이나  다녀왔으니 그럴 만도 할 것 같소.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소. 올 들어서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활하고 있소?
몸은 불편하지 않은지 궁금하오. 자잘하게 아픈 곳이 많은 당신이 걱정되오.
날씨가 춥고 조금 피곤한지 밤에 일어나서 편지를 쓰는 일이 상당히 어렵소.
보초가  없는 날에 불침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깨워 달라하곤 다시 잠이 들었소.
편지가 늦은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는 열심히 편지 하도록 하겠소.
그러나 매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마시오.
당신이 그러하듯이 세상에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오.

1987.  1. 11


 
2016년 첫 편지는 김계수 이사장님이 이등병시절 연인에게 보낸 사연입니다.
아직 멀기만 한 제대 날짜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과 연인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떠나는 기차를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연인의 한 조각을 찾기 위해  달리는 초췌한 청년 김계수,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하는 날 머쓱한 어깨의 미소청년 김계수를 상상해보며 읽어보세요.
그런 날이 있어 두 분의  사랑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가 봅니다. 환희도 비애도 아름다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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