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고윤아(가명)라는 여학생이에요. 저의 고민은 제가 별로 주관이 없어 보인다는 거예요. 겉으로도 그렇고요. 그래도 남들은 제가 늘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것과는 달리 겉으로는 주관도 있고 결단력도 있어 보인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생각,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남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고 나의 의지보다는 주로 타인의 의지에 따라서 많이 행동하게 되요. 그래서 주관 있게 행동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중심도 없고 줏대도 없는 사람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주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기도 해요. 크게 어떤 문제가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제가 늘 자신 없고 주관 없이 이리저리 따라 하다 보니까 주변 상황에 의해 내가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 화나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친구들에게 착하고 성격 좋다는 말도 많이 듣는 편이고 친구 관계도 원만하고 친한 친구도 몇 명 있는데, 그것은 다 제가 잘 맞춰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주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자신의 행동이 이리저리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서 화나고 속상하신 것 같군요. 그래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원했던 것들을 놓치는 것 같고 이런 모습들이 주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더 속상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려고 해도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시도이기 때문에 겁도 나고 어떤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까 혼란스럽기도 하고 주관있게 행동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요. 그래서 지금 윤아 양이 원하는 것은 주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 것 같아요.

그럼 윤아 양이 생각하는 주관 있는 행동이나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자기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것 혹은 다른 사람의 이목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 등등… 윤아 양이 생각하는 주관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떠올랐다면 그러한 모습을 놓고 볼 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부분인지 보도록 해요. 먼저 윤아 양의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르는 것, 또 주변 상황이나 다른 사람에게 맞추어 주는 것들… 아마도 이런 부분들이 윤아 양을 힘들게 하죠. 그리고 내가 나의 삶의 주체로서 서 있기보다는 그 중심부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나 아닌 다른 것들에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나의 중심을 세우고 싶은 강한 욕구가 올라오는 것 같아요. 따라서 주관을 세운다는 것은 윤아 양의 삶이 중심부에서 주체적으로 살아 숨 쉴 때 차곡차곡 세우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네요.

그러면 먼저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의해 윤아 양의 의견이나 의지를 접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 것 같나요? 부모님의 기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혹은 내 의지대로 하면 실패할 것 같은 불안 등… 윤아 양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라요. 몇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내가 선택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뢰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주저하게 되어 일반적인 방향, 그리고 좀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택하는 보다 안전한 쪽으로 취하는 경향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위의 두 가지는 모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이고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산출해 내기도 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하므로 어른이 되어도 자신이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세상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르고 있거든요. 하지만 윤아 양은 벌써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에 많은 지지와 칭찬을 보내고 싶어요.

주관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 그리고 사고를 통해 계속 세워져 가는 거예요. 윤아양이 지금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혹은 윤아 양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단독적으로 선택해서 해 나간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겁나기도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에요. 그리고 윤아 양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해야 될 것은 윤아 양이 자신을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거에요. 윤아 양이 자신을 먼저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 나에 대해 칭찬해 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인지 아니면 못하는 부분에 대해 비난하고 못났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도록 해요. 만약 자신을 불신하고 힘들게 하고 있다면 먼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믿어주는 노력부터 해나가시길 바라요. 더불어 조금씩 윤아 양이 원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해 나가 보세요. 그런 가운데 자신의 주장과 소신있게 살아가는 윤아 양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처음엔 윤아 양의 의견을 표현하고 윤아 양의 의지대로 선택하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윤아 양의 모습을 통해 많은 보람과 힘이 생겨날 거에요. 힘내시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보세요.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길 바라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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