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최근 정치권과 언론의 이목이 호남에 집중되어 있다. 호남 정치인을 우리나라 정치세력의 중심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전국 정당에 호남 정치인 중 누가 탈당하는지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여론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안풍을 몰고 오는 것 같긴 한데 아직 대세로 정착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모두 같은 단 한 가지 결론은 4월 총선에서 야당의 분열로 여당이 유리해질 것이며, 여당이 180석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즉 야당의 분열로 야당은 필패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탈당하는 모든 사람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위해 탈당한다고 밝힌다. 저금통을 자주 바꾸면 저금통 채우기가 어려운데도 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만든 분열도 호남 탈당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치권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한 가지 있다.

왜 2017년 대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통령 후보에 호남사람은 없을까? 왜 호남은 계속 정치권에서 스스로 변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호남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나왔고 영남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왔다. 지금도 영남 출신으로는 문재인 대표도 있고, 안철수 의원도 있고, 박원순 시장도 있고, 대구에 김부겸 전 의원도 있고, 김해에 김경수 후보도 있다. 이들 모두 험난한 싸움을 통해 그 위치에 이른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일부러 영남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민주당의 이름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서 진박이 승리한다는 영남에서 외로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전투에서 지고 나면 다시 일어나 또 싸울 준비를 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험과 단련이 중요하다. 그래서 전투 훈련할 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훈련을 거듭한다. 싸우는 능력과 전략은 많이 싸워본 사람한테는 당하지 못한다. 왜 호남 출신 중에는 싸움에 유능한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가. 싸움에 유능하다는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호남에서 기득권 지키기와 친노 패권주의 등으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은 호남에서 공정한 전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투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에서 흔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 대표들은 호남에서 전략공천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당 대표의 권한으로 측근을 공천하곤 했다.

문재인 대표가 주도하여 시민통합당을 만든 후 민주당과 당 대 당으로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을 만들면서 정권 교체하겠다고 시민사회계에서 많은 사람이 입당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거의 90% 수준이었다. 그 후 호남의 정치판도가 바뀌었나? 그냥 도로 그 옛날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호남에서도 정치가 바뀌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런 갈망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늘 도로 민주당 만들라고 새정치와 혁신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호남사람이 원하는 것은 정권을 쟁취할 진짜 잘 싸우는 싸움꾼을 원한다.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아도 민주적 가치와 정의를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는 진정한 싸움꾼 말이다. 새누리당의 통치행위가 좌절감을 주면 줄수록 호남에서는 더 용맹한 투사를 원하게 될 것이다. 호남은 용맹한 투사를 잘 길러내는 지혜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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