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3주 전 부산을 다녀왔다. 부산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축제의 파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4년 630만 명, 작년에는 700만 명이 이 축제에 참여하였다. 축제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축제협회(IFEA)로부터 ‘피너클 어워드’ 금상을 받았다. ‘피너클 어워드’는 세계축제 협회가 각 국가의 축제 발전을 위해 1987년에 도입한 상으로 세계 30개국, 1500여 개의 축제가 심사 대상이었다.

본디 부산 크리스마스 축제는 영도구에 있는 고신대학에 부산지역 여러 교회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성탄 트리장식을 하면서 시작하였다. 밤마다 많은 기독교인과 일반인이 관람하게 되자 이를 눈여겨본 광복동의 한 상인이 주변 상인들에게 트리축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이에 부산지역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광복동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를 시작하였다. 축제가 막이 오르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가 몰렸고, 이로 인해 죽어 있던 광복동 상권이 살아나게 되었다. 부산시도 고무되어 적극 지원을 하여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음 하게 된 것이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와 함께 교회 트리 장식이 간소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동안 눌려 있던 열망이 광복동 크리스마스트리 축제에서 발산되고 있다. 성탄절의 아련한 추억은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한둘 쯤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성탄절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필자 역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성탄절의 추억을 더듬어 보려고 20여 명의 일행과 함께 축제현장을 찾았다. 그런 간절함이 대학 캠퍼스에서 작은 불길로 시작된 축제가 점차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로 번져가고 있다.

이런 간절함은 순천시민들에게도 있다고 본다. 해마다 우리가 사는 순천에도 나름 성탄절 트리를 주요 거리에 설치하고 있다. 기업과 은행이 협찬해서 트리를 세워 두었지만 소박한 수준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성탄절은 기독교의 절기이긴 하지만 종교적 의미를 떠나 세계인 모두가 함께 맞는 보편적인 축일이다. 그러니까 불교 색이 강한 부산에서도 대대적인 성탄 축제를 열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 도시 순천은 지명부터가 ‘하늘에 순종한다’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실제 기독교 인구가 30%나 되어 주요 종교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순천시도 범시민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를 계획하고 순천의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부산을 능가하는 멋진 축제를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려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거룩한 축일을 관광객을 모으고 상권 부활만을 목적으로 하면 어쩌지’ 라는 염려이다. 놀부처럼 박 씨에만 관심을 둔다면 축제는 성공하지 못한다. 기독교의 축일인 만큼 특색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종교 색을 지워내려고 하면 할수록 특색 없는 어설픈 축제가 되고 만다. 예를 들면 순천시는 지난해 말 성탄 트리 점등식을 하면서 ‘연말연시 점등식’으로 명칭을 고쳐 사용하였다. 도심 몇 군데 세워둔 성탄 트리에도 성탄절 색채를 지우기 위해 십자가 자리에 별을 부착하였고,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순천시의 사감운동 구호인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팻말을 세워 두었다. 그리고 트리 앞에는 기업 홍보 판을 세워두었다. 이로써 성탄절 트리의 맛을 표현하지 못한 어설픈 트리가 되고 말았다. 같은 시기 점등한 서울시청 앞과 광주 옛 도청 앞에 세워둔 트리 꼭대기에 빛나는 빨간 십자가가 유난히 빛나 보였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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