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회 행사에서 2부 사회와 섹소폰 연주까지 23일은 박복순 그녀의 날이었다.
2015년 12월 23일 송년회를 뜨겁게  달군 여인 박복순씨를 만나 보았다. 그녀는 20년 동안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최근에 블록 교실을 오픈하여 운영 중인 재기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선생님이다. 섹소폰 연주를 하게 된 별 사연이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더니 드디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셨다. 

2013년 어느 겨울날 친구로부터 SNS에 한 장의 사진을  받게 된다. 와온 해변의 노을사진이었는데 앙상한 억새풀 위에 떠있는 붉은 노을이 너무 슬퍼 보였다. 20년 넘게 엄마, 아내, 그리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많이 바빴구나! 나를 돌아보지 못했구나! 내 인생이 저무는 저 노을 같다. 그 빛이  다 헤어져 내려가기 전에 자신에게 한 가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우선 악기 하나를 배워보자 생각하고 음악 학원 앞을 서성이기만 하다가 우연히 섹소폰 동호회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매일 가서 구경만 했었는데 멤버들이 연습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가입을 하게 되었다.
 용감하게 시작은 했지만 엄지손가락이 아파서 열심히 하지 않았고 그저 선배들을 부러워만 했었다. 그러다가 교회행사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세상에 1년 넘게 가방만 들고 다녔는데 남들은 고수인줄 알고 있었다. 거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곡을 한 달 동안 연습한 후 무대에 올랐다. 생애 첫 무대였다. 떨렸지만 한번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연주가 잘 되어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도 벅차오른다. 그러나 이내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앵콜 신청을 받게 된 것이다.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날의 감동으로 용기를 얻게 되어 다시 연습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연습을 오래 하다 보니 손가락이 많이 아팠다. 아프다며 주사를 맞기도 하고 엄살을 피우며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쉬운 일은 없구나! 지금은 손가락 크기에 맞는 소프라노 섹소폰으로 바꾸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순천언론협동조합에서 송년회 장기자랑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잠시 고민을 했다. ‘내가 무대에 오를 실력은 아닌데 어떡하지? 아니다 못하면 어때? 차라리 막 틀려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자. 그리고 누구나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자‘ 라는  생각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 웃자고 시작한 일인데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 주시니 정신이 없다. 

 여기까지  박복순 선생님의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직 초보라고  우긴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며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이 주는 행복감이 참 좋단다.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좋은 친구들을 얻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작은 공연을 하고 싶고 그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로 해줄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꿈이자 포부이다.

 내년 송년회에는 그녀의 더 화려한 무대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오늘 박복순 선생님과의 유쾌한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조합에도 악기를 다루는  소모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16년 사업에 함께하는 연주동아리가 생기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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