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구실 한편 캐비닛의 깊은 곳에 있었던 조그마한 상자 3개를 꺼냈다.
상자에는 20대 중반의 군대시절부터 모아둔 여러 뭉치의 편지가 있었고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한 몇몇 낯선 발신인들의 편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00여 통의 편지 중에 광장신문의 본 코너에 적합한 편지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편지는 대부분 대학 동기들과 고교 동창들, 가족들이 보내준 것이었고
특별한 여친이 없었던 시기였는지라 그 흔한 연애편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20분을 헤맨 끝에 연필로 쓴 한통의 편지가 마음을 이끈다.
일명 현숙이라는 여고생이 보내준 ‘위문편지’.
28년 전 받은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나의 안부를 묻고
국토를 지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이 녹아 있었다.
당시 일병이었고 소대에서 제일 막내였던 나에게 여고생의 편지가 전달 된 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군대의 특성상 여고생 위문편지는 대게 고참들 차지였는데...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는 것이
학생의 의무인 시절이 있었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낯선 사람끼리의 편지...
편지를 보며 따뜻한 위로의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낸 28년 전의 군 생활과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을 나의 청춘이 깊은 추억으로 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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