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해
사랑어린학교 교장
내가 순천(順天)에 머문 지 일곱 해. 이곳에 살면서 자연스레 바람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순천(順天)에 사는 사람들이 그 이름에 걸맞는 이름값을 하며 살면 좋겠다는 것. 무슨 이야기냐 하면 순천(順天)에 사는 사람들이니 모두 하늘[天]에 순(順) 하기를 기도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나 또한 순천에 살고 있으니 나부터 순천(順天)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念願)하고 있다.

그 바람이 생각 날 때면, 질문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순천(順天)한 사람이 될까? 그래서 나름대로 얻은 답은, 혁명(革命)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삶의 개벽(開闢)이요 일상의 대전환(大轉換)이다. 오늘은 시(詩)를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때마침 평생 혁명(革命)을 꿈꾸고 실천하면서 사시는 여류(如流) 이병철 선생께서 새해를 맞아 시(詩)를 보내오셨다.
 


그대, 혁명을 원한다면
새 하늘 새 세상을 꿈꾼다면
먼저 자신을 혁명하게

우리의 가치관과 존재와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그것이 혁명

세상이 나밖에 따로 있다 여기고
따로인 그 세상을 바꾸려는 온갖 시도
그 모든 혁명은 실패했네


그대 꿈꾸는 자여
얼굴에 먼저 환하게 미소 짓고
허리부터 곧추세우게
찌푸린 얼굴로는 밝은 세상을 일굴 수 없다네


나는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그대를 통해 그 꿈 이어짐을 믿네
그것이 남아있는 그 마지막 희망이네

그대 마지막 그날까지 그 신명 잃지 마시게
언제나 시를 짓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게
어디서건 그 신명 마음껏 펼치시게
 

그대의 가슴에서
그대의 눈길과 그 손길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새 봄소식을 기다리네

환한 꽃으로 먼저 피어난 그대 따라
모두가 저마다의 꽃으로 가득한 그 눈부신 봄을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中에서]
 

오래전부터 아, 이런 혁명(革命)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은 한 편의 시(詩)가 있다. 혁명은 모름지기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노래한 시(詩)!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말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제대로 된 혁명 A Sane Revolution, D.H. 로렌스]

원주 노자(老子)라 불리운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새날 새아침을 맞이한다. 이 땅 순천이 순천(順天)하기를!

“혁명(革命)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에요. 혁명(革命)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꺼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혁명(革命)이라는 것은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것이에요.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때 변하는 거거든요. 서로를 닦되 버리는 일은 없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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