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김장하는 날

월요일 오전에 김장한다는 장모님의 전화를 받고 삶아먹을 돼지고기와 십전대보탕 세 마리까지 챙겨 송광면 장안리 장동부락에 있는 처갓집으로 향했습니다. 30여 가구가 오손도손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에서 장모님은 60여년 가까이 기사식당을 하면서 매년 이맘때면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수천포기의 김장김치를 담아 겨울을 준비합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는 중에도 마을회관 마당에 천막을 치고 마을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벌써부터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흥겨웠습니다. 단골손님 노래 가락에 신명이 나기도 하고, 자주 들리지 못해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에 짧은 시간이나마 열심히 도와드렸습니다. 장모님 손맛 가득한 김장김치에 푹~삶은 돼지고기와 갓지은 햅쌀밥을 함께 나누니 함께한 모든 이들 입이 즐겁습니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으니 누가 이 기분을 알리오~

 
당일 회사의 택시 운행과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끝까지 도와드리지 못하고 돌아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장모님이 운영하는 장동기사 식당은 맛집으로 소문나 예전부터 벌교에서 광주나 서울을 오르내리는 운전자들의 차량행렬이 마을길을 잇고도 모자라 큰길까지 차지하고도 넘쳤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뜸하니, 손님도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따뜻한 정을 나누며 올겨울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신 마을 어르신들과 장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15.12.15. 참세상을 꿈꾸는 박동춘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