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중3 여학생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저희 윤주(가명)가 자살하지 않을까 몹시 걱정됩니다. 윤주가 요즘은 의욕이 전혀 없고 밥도 잘 안 먹으려고 하고 가끔 죽고 싶다는 말도 하고 전에는 활달하던 아이였는데 너무 달라져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윤주는 원래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고 나서는 시무룩하고 말도 별로 하지 않고 제 방에만 들어가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답니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있느냐고 그런 것 가지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만 이야기하고 저도 바빠서 많이 돌봐주지 못했는데 계속 그렇게 지내고 요즘은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신문에 자살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가끔 아이가 죽어버릴까 하는 이야기도 듣고 하니까 윤주가 정말 자살을 해 버리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자녀가 자살하지 않을까 어머님이 걱정이 더 많이 되는군요. 윤주가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는 것을 경험하고 충격을 받고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군요. 활달하고 시원시원하던 성격이 침울하고 자기 방에 혼자만 있으려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니 하고 생각하셨는데 시간이 흘러도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어머님 걱정이 더 많으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윤주에게 세심한 신경을 쓰시기가 어렵고 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겨나가겠지 하고 생각을 하셨는데 오래 지속되니 내가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중, 고등학생들의 자살 소식을 들으시고 이러다가 자살이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신 것 같습니다.

윤주는 친한 친구를 갑자기 잃고 몹시 상심한 상태에 있어 우울한 마음을 많이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여 생활에 부적응 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이 취약해져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보살펴 주어야 하고 실제로 자살을 할 수도 있으므로 잘 관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는 감정의 기복이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땅에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이유 없이 우울해지고, 어른들이 보기에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흥분하여 열광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깊이 하기보다는 감정에 휩싸여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통은 다음의 단계를 밟는다고 합니다. ‘자살 할까’하고 생각하는 자살사고, ‘어떻게 자살을 할 것인가’하고 자살방법을 생각하는 자살계획, 수면제를 사거나 칼을 사는 것과 같은 준비 행동,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보는 결행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윤주와 대화하시면서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무슨 자살을 하느냐고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얼마나 네가 요즘 힘들면 자살을 다 생각해 보았겠니, 그런데 어떻게 죽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니?”, “혹시 죽으려고 맘먹어 본 적이나 시도해 본 적은 있니?”하고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어머님께서 닦달한다는 느낌보다는 온화한 표정으로 물어봐 주는 것이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자살한다는 말에 놀라서 자꾸 다른 말로 돌리거나 그런 생각 하면 안된다고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하는 마음을 들어보고 공감해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함께 마음을 나누던 친한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외롭고 막막한 기분이 들것입니다. 친구가 없어서 힘든 마음, 친구에게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때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윤주가 차분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도록 돕고, 친구들을 통해서도 요즘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학교에 방문하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윤주의 고민을 어른의 입장이 아닌 윤주의 입장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주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격려하여 주어야 하고,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 아이의 요구사항이 있다면 일부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 간에 외식이나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 처방이 됩니다. 만일 이러한 방법으로도 별 진전이 없다면 상담실을 찾아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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