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선의 걸으면서 배우는 조계산(4)


 
조계산에는 우리나라 불교의 대표사찰인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가 동서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선암사의 공식 이름은 ‘태고총림 선교양종 조계산 선암사’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에 자리하고, 조계산의 주봉인 장군봉을 배후로 동남쪽을 향해 뻗은 양 날개 속 으뜸 명당에 있다. 순천시청 소재지로부터 30~50분 거리이다. 순천시내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조계산과 조계산에 있는 선암사는 연중 수시로 많은 사람이 찾는 휴식처이자 학습장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 선암사 전경

선암사의 좌우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며 내려오는 계곡물은 승선교와 강선루로 어우러져 조화롭다. 연중 맑게 흐르는 계곡과 아름다운 진입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힌다. 선암사 주변에 흐르는 계곡물은 지역의 생명수가 되어 상사호로 흘러 들어간다.

선암사의 창건에 관해서는 구전과 함께 각기 다른 기록이 있다. 요약해보면 신라 법흥왕 대에(514-540)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세우고 이후 청량산 해천사가 되었다가 헌강왕대(875)에 도선 국사가 현재의 선암사로 창건(중창)했다. 창건 후 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정유재란(1597) 때의 병화를 비롯하여 1759년과 1823년 그리고 6.25전쟁 기간 중 큰 화재로 인해 많은 건물과 유물들이 소실되었다.

여기에다 일본 제국주의의 불교 정책에 따른 1912년 사찰령과 광복 이후 한국 불교 본성 회복 과정에서의 종파 분쟁 등 끊임없는 시련이 뒤따랐다.

이런 속에서도 5~6차의 대중창(중건)과 보수를 통해 지금에 이르러 태고총림으로서의 고연한 면모를 유지하며 화마를 이겨낸 유물들과 함께 많은 전설을 간직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암사는 선교 양종답게 뛰어난 선승과 강백은 물론 선과 강을 겸비한 고승과 창건 중창의 위업을 남긴 대덕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선암사를 대표하는 역사의 선각이라면 아도화상과 도선국사 연기, 그리고 대각국사 의천 등 3승을 꼽는다.

첫째 아도화상은 전설의 창건자로 비로암을 상징으로 하고 있으며, 둘째 도선국사는 실질적인 창건자로 선조암(터)을 도선의 암자로 추정하고 있다. 셋째 드디어 선암사를 우리나라 불교 역사의 거찰로 일으켜 세운 대각국사를 창건을 능가하는 중창자로 받들어 국사가 세워 주석했다고 하는 대각암 역시 선암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암자로 모시고 있으며, 매년 음력 9월 24일에 대각국사 탄신 기념행사가 열린다.

▲ 선암사 대웅전

선암사의 암자들 

우리나라 불교 31본산 태고종 총림인 선암사 주변의 계곡에는 선암사가 역사적인 거찰이었음을 알려주는 암자 터가 곳곳에 있다.

전성기에는 36~7곳의 암자가 있었다는 전언이 있으나 역사의 소용돌이와 변화하는 불교의 시대상황에 따라 지금은 거의가 자생을 포기하고 오로지 네 곳, 비로암, 대각암(西庵), 대승암(南庵), 운수암(北庵)만이 옛 영화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문헌에 나오는 선암사 소속 암자는 『대각국사중창건도기』에 17암 2원, 『상량문』에 2암, 『침굉문집』에 1암, 전래 1암 등 모두 23암이다. 하지만 산내 전반을 살펴보면 암자터로 보이는 흔적이 수없이 많다. 이는 37암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암자 터의 수는 선암사 성쇠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500년대 이전은 기록이 없어 추정할 수밖에 없으나 1600~1700년대의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보더라도 대승암, 대각암, 비로암과 같이 대 강백들이 주석했던 암자는 50명이 넘는 승려들이 수련을 하고 있었으니, 그 때는 온 산이 수도장으로 법석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후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 1700년대 초에는 13암, 말에는 11암으로 줄고, 이어서 1800년대 말에는 7암으로 되었다. 1900년대 초에는 6암이 되어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거치는 동안 거의 모든 암자가 폐허로 그 모습을 잃게 된다.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4암은 이후 힘겨운 중수와 복원의 노력으로 되살려낸 선암사를 대표하는 암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불교문화의 중심이며, 순천사람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순천시 송광면 출신인 김배선 씨는 약 15년 동안 조계산과 그 주변 마을을 누비면서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올 6월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김배선 씨의 동의를 받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재한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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