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9
그래서 저런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경쟁하고,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경쟁하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그 직장에서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보너스를 받으려고 경쟁합니다. 텔레비전은 돈을 빌려가라는 대출 광고로 넘쳐나고, 사회에는 빌려간 돈을 못 갚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그 결과는? 바로 고통스런 인생이지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이 역설이 바로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돈, 직업과 행복의 역설 문제를 푸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그런데,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노자의 말처럼 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가 제시하는 순간 누군가는 “틀렸어”라고 비판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대신, 저는 청소년 여러분께 실마리만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비폭력대화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needs)를 잘 관찰하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은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어떤 욕구인지 잘 알고, 그것을 충족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돈이라는 것이 욕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믿든 안 믿든, 전세계 수많은 성현들이 발견한 것도 이와 같습니다. 돈은 우리의 욕구도 아니고,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단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질곡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과 예수님은 “행복해지려면 가난하라, 소유하지 말라”라고 가르쳤습니다.
둘째, 비폭력대화에선 “꼭 이래야만 한다”, “그런 게 당연해”라는 식의 사고 방식이 모든 폭력의 원인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영어로 슈드씽킹(Should Thinking)이라고 부릅니다. 폭력의 원인이 되는 슈드씽킹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저는 제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문장을 글로 쓴 다음, 그게 정말 진실인지 성찰해보는 연습을 합니다.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위해서 나는 꼭 돈이 있어야 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 등등 돈에 대해 자기가 믿고 있는 믿음들을 글로 적어봅니다. 그 다음 그게 정말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때는, 돈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해야 합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라든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어서”라는 말을 하는 학생들을 저는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이유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많은 경우 그 직업에서 만족을 못 얻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니, 돈이라는 요인은 진로를 결정할 때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