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들녘에서 늘 사진기와 함께
18년 결실,‘흑두루미 사진전’ 열어


 

지금 ‘순천만’은 순천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순천만’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니, 순천의 많은 경제활동이 순천만과 연계된다. 순천만정원이 그렇고, 순천만PRT가 그렇다. ‘순천만’에서 따온 상호도 많아졌다. 하지만 순천만이 지금의 생태관광지로 알려지는 데는 순천만의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 용산에서 내려다보이는 S자형 수로 등 순천만의 경관과 주민의 삶의 현장을 촬영한 사진작가와 갯벌과 갈대, 철새, 염생식물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통해 그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1990년 후반부터 순천만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한 20년 쯤 되었다.

순천만 주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순천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관광지로 자리메김하기까지 서근석(사진.55세) 조합원은 늘 그 한복판에 있었다.

 ▲ 순천만 갈대밭에서 순천만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서근석 작가.

대대동 신석마을 출신인 그는 객지생활 약 5년을 빼고는 늘 순천만에서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순천만 주변지역 주민들은 실뱀장어(민물장어 치어) 잡이가 주요 수입원이었다. 서근석 씨도 그들처럼 순천만을 삶의 터전으로 어업을 해 왔다. 순천만에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한 이후에는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생태탐조선 ‘흑두루미호’의 선장으로 약 4년 동안 일하기도 했지만, 순천시에서 생태탐조선의 사업권을 회수한 2008년 이후에는 다시 어업을 하고 있다. 이제는 순천만에 실뱀장어도 많이 올라오지 않아 어부가 8명으로 까지 줄었지만 서근석 씨는 여전히 순천만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감당하고 있다. 실뱀장어 잡이는 매화가 피는 봄철에 이뤄진다. 올해는 여느 때와 달리 실뱀장어도 많이 올라온 데다 판매가격도 비싸 6000만 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몇 년 만의 일이다.

그렇게 순천만에서 어업을 하고, 어업을 하지 않을 때는 순천만 주변 들녘에서 농사를 짓던 그가 사진을 만난 것은 1998년이다. 순천광장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김학수 기자를 만나면서이다. 서근석 작가는 “어업을 하다 보니 배를 타고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순천만의 한 가운데로 나가서 다양한 철새나 칠면초 군락 등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만난다. 그래서 직접 철새들의 삶을 기록해 보고 싶어 사진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필름카메라부터 시작해 디지털카메라까지 섭렵하고 있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장비이다. 철새나 짱뚱어, 게 등의 생물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600mm나 800mm 망원렌즈가 있으면 좋은데, 워낙 고가이다 보니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더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항상 기대하게 되고, 또 기다리는 시간이 설렌다”고 한다.

서근석 작가는 “순천만을 한번 관광한 사람이 순천만의 아름다운 경관을 봤다고, 그게 순천만의 전부는 아니다. 자연은 시시각각 변하고, 생물들의 움직임도 매 순간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전업 작가보다 순천만에서 살아가는 주민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에 입문한 이후 지난 18년 동안 순천만의 자연과 생물의 생활을 필름에 담아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순천만의 대표 철새인 흑두루미에 관심이 많았다. “흑두루미는 군락을 이뤄 생활하는데, 아름다운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지난 18년 동안 그가 흑두루미를 촬영한 디지털카메라 분량만 10TB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짱뚱어와 게의 생활도 그가 촬영하는 주요 관심이었다.

이렇게 18년 동안 기록해 온 흑두루미 사진으로 12월에 개인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오는 12월 18일(금)부터 23일(수)까지 6일 동안 순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순천만 흑두루미 사진전’을 마련했다. 이번 사진전에는 지난 18년간 촬영했던 순천만의 흑두루미 사진 중 엄선한 50여 개 작품을 전시한다.

 ▲ 서근석 작가가 촬영한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들. 이 작품은 12월 18일부터 시작할 서근석의‘흑두루미 사진전’의 대표 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서근석 작가는 “나는 생계를 목적으로 사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순천만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순천만이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도 작품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지난 18년 동안의 기록을 함께 나누고 싶어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김학수 기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학수 기자에게 사진 기술도 전수받고, 그가 있어 사진전시회도 가능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도 기획부터 연출까지 세세하게 챙겨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다음에는 순천만의 짱뚱어와 게를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한다.

그에게 지난 20여 년 동안의 순천만의 변화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그는 “순천만 일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많이 변했다”고 한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한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주민과의 갈등도 커졌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외부 자본이 들어와 팬션단지가 집단으로 조성되는 등 순천만 일원의 도시화가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주민들이 팬션을 건축하려고 신청하면 허가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 자본들은 다세대주택이라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팬션단지를 조성했다. 순천시나 시민단체에서 막았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순천만을 관광하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정보이다. 순천만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순천만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은 무엇일까? 서근석 작가는 “순천만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이 제일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때가 되면 갈대도 노랗게 단풍이 들고 꽃이 피어 아름답고, 11월의 아침에 볼 수 있는 물안개가 순천만의 참맛이라고 한다. 갈대밭에 잔잔히 흐르는 물안개. 그리고 11월 갈대밭에 서리가 내린 풍경도 정말 아름답다.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칠면초에 대해서는 “6월부터 아름답게 물드는데, 10월이 제일 절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순천만의 아름다움은 순천만에서 하루를 묵어야 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다. 


협동조합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고 한다. 또 한 가지 협동조합이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서로 돕는 협동의 정신이다. 순천광장신문은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조합원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조합원 탐방’기사를 연재한다. 
 

[조합원 탐방]-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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