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화폐로 대안을 실험한 프랑스 이야기-첫번째

 

프랑스 북서지방 일-에-빌렌(Ille-et-Vilaine)도에 속한 중소도시 르동(Redon) 근교에 거주하는 뱅쌍(Vincent, 39세 웹마스터)씨는 지난 10월 보완성지역화폐(MLC-Monnaie Locale Complémentaire, 이하 지역화폐) 갈레코(Galléco)에 자신의 개인사업체를 등록했다. 이제부터 그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갈레코로 받을 수 있게 된다. 1 갈레코는 1유로의 화폐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지역공동체 내에서만 유통이 된다. 지역화폐 운동에 회의적이었다던 뱅쌍씨는 최근에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재고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지역 내 빠른 자본순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잘 인지하고 있고, 사회연대를 위한 지역경제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어 지역화폐 시스템 자체가 줄 수 있는 실제 결과는 미흡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제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실질적인 대안이며 투기를 통한 자본축적 방식의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일-에-빌렌 지역화폐 갈레코

 1981년에는 전 세계에 2개였던 지역화폐가 오늘날 13,000개로 늘어났다. 이른바 전 세계적으로 지역화폐 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랑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품앗이와 물물교환을 가능하게 한 지역교환시스템 SEL을 지나, 2006년 첫번째 보완성지역화폐 솔(Sol)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2015년 현재, 프랑스 전국에 지역교환시스템은 400개, 유로 화폐와 환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보완성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역은 25개로 성장했다. 게다가 새로운 지역화폐 사업을 준비 중인 지역도 30여 곳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화폐, 정말 실험은 가능한 걸까.

풍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지역화폐

프랑스 언론협동조합신문 “행동시대” (l'âge de faire)는 지역화폐 특별호에서 지역화폐의 목적을 1)지역경제 살리기 2)금융투기반대 3)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소비 증진 4)사회연대 및 타인에 대한 신뢰 회복 5)화폐정책에 대응하기 등 5개로 정리했다. 이는 21세기가 직면한 사회, 경제, 생태계 문제를 반영하는 키워드이다. 돈을 위한 돈으로 인한 사회의 위험은 최근 경제위기로 된서리를 맞은 그리스가 극명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 북부 도시 볼로스(Volos)에서 유로화빈곤 때문에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한 주민들이 지역화폐로 위기를 극복한 예가 있다. 개인이나 은행에도 유로가 고갈되어 경제활동이 얼어붙게 되자 2012년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모여 대안화폐를 만들었다. 지역연대교환망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를 줄인 단어 템(TEM)은 동전이나 지폐의 형태 없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화폐이다. 사용자가 단체에 방문하여 가입하면 300템을 받게 되고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물품 또는 서비스와 필요한 것을 공지하면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볼로스 시는 지역화폐사업의 효율성을 인정하여 세금의 일부를 템으로 낼 수 있게 허용하였고, 매주 지역화폐회원을 위한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템지역화폐 관계자는 돈의 소유 여부에 따라 돈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역화폐는 ‘모든 사람에게는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강조한다.

허린 (프랑스 거주)
 

 In순천∙순천인 (3-3)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