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전 19살 고등학교를 중퇴한 여학생 정수경(가명)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매우 종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하시고 모든 일에 있어서 도덕성을 강조하십니다. 그것이 저를 숨 막히게 합니다.

중학교 다닐 때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간섭이 심하고 잔소리가 짱이에요. 물론 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잘못이 있어도 그렇지 망치로 때리려고 달려들고 닥치는 대로 때리고 욕해요. 그래서 전 고등학교 들어서면서부터 가출을 시작했어요. 막상 집을 나오니까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의 슈퍼에 가서 식료품을 몇 가지 들고 도망을 치다가 잡히기도 하고 아무튼 집 나오니까 고생이에요.

하지만 점점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는 나를 바라보면 놀랄 때가 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고 그것을 먹고 쓰고 하는 것들이 이루어지거든요. 사실 전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고 답답해요. 그리고 사실 새엄마 때문에 집을 나왔는데…그렇다고 아버지를 못 보고 산다는 것은 너무 가슴 아파요. 물론 속만 썩혀드렸지만요.

제가 어떻게 해야 아버지의 마음도 풀리고 저도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집을 나오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었군요. 그리고 막상 집을 나와서 생활을 해보니까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버지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프고 새엄마 때문에 집에는 들어가기 싫은데…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들어서 고민이 되는군요. 수경 양이 마음 아파 하는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자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준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먼저 아버지와 이 문제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지금 수경 양이 생각하는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나는 가족의 중요함은 인정하지만, 가정은 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새엄마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심정을 이야기해 보는 거에요. 단, 이야기할 때는 아버지에게 따지지 말고, 무조건 새엄마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힘들고 괴로운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버지도 수경 양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를 아시게 되면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시고 집에 돌아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시고 수경 양을 위한 차선책을 마련해 주실 것이라 각합니다.

둘째로 지금 수경 양이 밖에 나가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도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에 일방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가정이 싫으니 나는 나가야겠다.”고 일방적으로 가출 하면 그것은 가정에 대한 파괴 행위 아닐까요? 누구나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면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 안에는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하고 나름대로 속한 가정을 평화스럽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수경 양이 그 책임을 스스로 감당치 못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그동안 자신이 책임 있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버지도 수경 양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아버지가 실망하시는 부분은 의논한 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나가버린 행동에 대해 화가 나고 신뢰하지 못하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씩 신뢰를 쌓아 나간다면 아버지와 수경 양의 관계는 더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세 번째로 새엄마와의 관계회복입니다. 새엄마가 집에 들어올 때 가족이 전체 합의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가족이 되었다면 이젠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새엄마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경 양 혼자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새엄마 또한 함께 변화해야겠죠.

네 번째로 가출한 후의 행동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돈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지만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것이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서 아무렇지 않게 저질러진다는 것은 더더욱 자신의 생활을 좀먹어 들어가는 것이지요. 점점 더 자신을 합리화하게 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돈이 필요하다고 도둑질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지금의 생활을 청산하고 정당한 방법을 통해 생활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찾기가 어렵고 무엇을 할지 막막하다면 가까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문의해보세요.

무엇보다 수경 양이 진솔한 마음을 가지고 아버님과 만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울타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수경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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