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요즘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등에 덧붙여 새로운 진골인 ‘진박’이 등장했다고 한다. 어쩌면 복종 그룹인 ‘진박’ 외에는 모두 배신의 ‘쪽박’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때 아닌 진박 경쟁이 벌어졌다. 듣기도 민망할 정도로 국민을 모독하거나 종북몰이로 덕을 보려는 막말이 난무하면서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 충성서약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베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믿기 어려운 말도 정치권과 정부 내 인사들이 공공연히 인용하고 있다.

국민의 성원으로 최고 권력의 권좌에 오른 다음에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성원해 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인가. 특히 단임제 대통령제에서는 욕심을 내려놓는 정치가 쉬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나보다.

민주국가에서 정권교체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필자는 여러 번에 걸쳐 직접 들었다. 순진하게도 정권교체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한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이라고 말했고, 특히 우리나라가 역사의 질곡을 끝내고 수준 높은 민주국가가 되기를 갈망하였던 그 분은 결국 희생되고 말았다.

급기야는 11월 20일 뉴욕 타임즈에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사설이 실리게 되었다. 바로 ‘한국 정부, 비판자들을 겨냥하다’ 라는 제목의 사설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법 개정, 다음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의 사임 등 국내에서 일어나는 우려스러운 사건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보기 드물게 강한 어조로 씌여진 사설이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던 시절, 군부독재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외국에 참 부끄러웠다. 평생 민주화에 헌신하다가 3당 합당으로 대통령에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래도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생각으로 외국에 나가서 민주주의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기가 죽지는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면 세련된 매너와 유창한 외국어 실력 등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고 외교에 강한 분으로 평가받으면서 외교가 현 정권의 강점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될까.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로 전남 보성농민회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가운데, 이날 진압에 동원된 경찰 인력과 물대포 등 시위 진압에 동원된 물량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최근 가뭄으로 제한 급수를 받고 있는 지역이 있는 상황에서 200톤이 넘는 물이 거리로 쏟아졌고, 살수차의 수압이 너무 강해 부상이 많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방에서 경찰 인력을 태우고 올라온 버스가 온통 중심가를 덮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캡사이신 최루액이 651리터에 달하고 사람이 차벽 버스에 올라오지 못하고 미끄러지도록 식용유도 113리터가 사용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차벽 버스의 타이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실리콘 107리터도 사용했다고 한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까지 사용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나라 경찰은 시위 진압에 역시 기발하였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민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의사 표현을 할 때에는 남이 알 수 있도록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과 장소를 택하는 것도 가급적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 모두를 ‘진박’ 혹은 ‘배신세력’으로 양분하려는 것인가. “배신이야, 배신!” 이라는 대사가 나왔던 오래 전의 드라마가 생각난다. 국민과 동지들에게 배신의 딱지를 붙이고 도태시키기 위해 골몰하는 붕당의 사회는 정상적 사회가 아니다. 정상이 비정상으로 되어가는 사회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적어도 반 이상의 국민은 갈수록 암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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