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우럭이 맛있었다. 광어 한 마리 같이 달라니 줄돔을 자연산으로 준다면서 양식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줄돔은 몸에 검정 줄이 그어져 있는데 검고 선명한 건 양식이란다. 얇고 부드러운 검은색이 자연산이다. 상추 사러 간 마트 옆 횟집의 줄돔은 검은색이 선명하다.

달걀노른자의 색이 선명하지 않다. 유기농 사료를 먹여 키운 유정란은 무정란보다 옅은 노란색이다. 촌닭을 놓아 키워 풀을 뜯어 먹고 지렁이 잡아먹으면서 낳은 달걀노른자는 더 옅은 색이다.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우면 노른자는 더욱 노랗게 변한다. 요리 사진이나 중국집 볶음밥 위에 덥힌 달걀노른자의 색은 선명하고 진하다.

 
오호. 자연은 완전히 선명하지 않구나. 자연에서는 완전한 원색을 쉽게 찾을 수 없다. 무지개를 보아도 단풍잎을 보아도 원색이 아니다. 혼합되어 있다. 흰색이건 검은색이건 다른 색이건 조금씩 서로 섞인 상태다.

섞이면 부드러워진다. 은은해진다. 그게 자연의 색이다.

우리도 은은하고 부드러웠다. 어린이들은 뼈와 살이 부드럽다. 부드러운 뼈는 잘 부러지지 않는다. 피부는 보송보송한 은은한 색이다. 입술이나 혀의 색도 은근한 분홍색이다. 나이가 들수록 뼈는 딱딱하고 피부는 검고 탁한 색을 띠며, 병이 들면 입술과 혀도 검붉어진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별로 강하지 않은 충격에 뼈가 부러진다. 담배를 피우거나 어혈이 몸에 있으면 혀나 입술은 탁한 자주색으로 변한다. 몸의 색이 부드럽고 은은함은 건강함의 표식이다. 몸처럼 마음도 유연하면 좋겠다. 극단적인 생각은 명쾌하고 원색처럼 선명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가 숨겨있다. 다양한 생각이 섞여 함께 논의되어야 진리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영양 섭취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영양보충제가 아닌 자연의 음식으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의 화학약품은 원색처럼 선명하지만 언제나 부작용이 있다. 베타-카로틴을 예로 들면 식품에 포함된 것은 독성이 거의 없으나, 영양제에 첨가된 베타-카로틴은 흡연자나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에 폐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베타-카로틴은 영양보충제 형태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의 영양 보충은 3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하루 3끼 식사하고 2가지 이상의 과일을 먹으면 충분하다. 자연식은 균형 잡힌 보약과 같으며, 유행하는 영양제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자연은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가 없다. 하고자 한다고 살 것이 죽고 죽을 것이 사는 건 아니다. 그저 살다가 죽고, 죽었다 사는 것이 자연이 아니던가. 의도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위해 필요하다. 의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위해 필요하다.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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