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의 아이가 시험을 끝내고 나서 점차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 귀가합니다.
처음엔 시험이 끝나고 그동안 고생했으니깐 좀 노는 거겠지 하면서 이해했었는데 요즘은 아예 매일 자정에 들어오고 가끔 외박까지 합니다. 야단을 쳐도 안 되고 아이는 ‘내 할 일 다 했고 이젠 알아서 할 나이가 됐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큰소리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친구들과 밤늦도록 어울리는 자녀로 인해 당황하시겠습니다. 이제는 외박까지 한다니 여러 가지로 걱정도 되시고, 막무가내로 아이에게 ‘된다, 안된다’로 통하지도 않고, 웬만큼 큰 아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기여서 자녀 지도에 고민이 되겠습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해방감에 도취한 자녀들의 행동으로 인해 당황하시지만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해라’고 세뇌 되다시피 한 아이들인 만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고 참아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나 부모님들이 보시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 귀가하고 가끔 외박까지 하는 모습이 무척 걱정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친구들과 한참 어울려 다닐 때 이므로 친구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것이 오히려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정되고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만회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만 바라보시기보다는 아이들의 입장과 상황을 잘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허용적 자세를 취하되 ‘한계’는 분명히 하여 이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아이가 이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미 외박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가족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 지금의 행동에 대해서 지나치게 반응하게 되면 오히려 역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 규칙은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이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가족 규칙을 정하기보다는 아드님에게 충분히 의사를 물어보시고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느 선까지 본인이 노력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물어보고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엔 자의식이 강해져서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는 것에 상당히 거부감을 느낍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에게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임을 인식시키고 아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들의 경우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누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에 다행스러울지 모르지만, 스트레스 누적은 새로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누적하거나, 지나치게 발산하는 두 경우 모두 자녀들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만 다니지 말고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외박하거나 늦은 귀가를 일삼는 행위 이면에 심리적 동기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험 결과에 대한 불안이거나 좋지 못한 성적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허탈감, 공허감으로 아이들과 어울릴 가능성을 부모님께서 인식하셔서 늦게 들어온다고 야단만 치시지 마시고 아이와 대화를 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기분이 어떤지’를 물어보셔서 혹시 성적에 대한 불안감을 가졌는지 확인해보시고 아이에게 격려와 힘을 주시는 것도 부모로서 중요한 역할입니다.

아이의 심정을 잘 읽어주시고 부모님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아이가 보이는 행동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부모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의 생활에 간섭하는 것으로만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물어보시고 아이가 원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친구들과 함께하도록 제안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조금씩 이루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건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부모의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을 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혼자서 모든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음을 이해시키시고 그에 따른 자기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선배를 만나거나 좋은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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