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과 5일 이틀동안 순천시의회에서는 순천시의원들의 ‘시정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박계수 시의원과 김인곤, 신민호, 임종기, 유영철, 이복남, 나안수, 유혜숙, 허유인 시의원 등 9명이 조충훈 순천시장과 명창환 부시장, 그리고 순천시 소속 국․소장에게 순천시의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의 시정질문 실황은 순천시의회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국회의원이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나 정부부처 장관 등을 대상으로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천시의원들의 시정질문은 순천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장이다.

시의원들이 순천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하려면 질문자와 답변자인 순천시 고위 공무원과의 사전 교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의원의 시정질문 주요 내용을 사전에 순천시에 통보하고, 시정질문 전에 순천시의 답변서도 받아본다. 그래야 많은 공무원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본회의장에서의 시정질문이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회의장에서는 보충질문과 답변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첫 번째 시정질문자로 나선 박계수 시의원은 “순천시장의 답변서를 시정질문 30분 전에야 받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나머지 시의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시정질문의 주요내용과 답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지 않으면 본회의장에서의 질문답변이 사실관계 확인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어 시정질문이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자칫 순천시가 시정질문을 방해하려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의회의 이번 시정질문 때는 특히 시정질문의 본래 목적과 달리 시정질문을 생중계하는 케이블TV의 방송일정에 맞추느라 시의원의 시정질문 시간을 제한해 눈살을 찌푸렸다. 종전에는 한명의 시의원이 2~3시간 씩 시정질문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1명의 시의원에게 30~50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의원들이 제대로 질문하거나 답변을 듣지도 못한 채 서둘러 마쳐야 했다. 의사진행을 담당한 김병권 의장도 매순간 방송시간 때문이니 서둘러 마쳐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일부 시의원은 시간에 쫓겨 서면으로 시정질문과 답변을 대체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시정질문 때 9명이나 되는 시의원이 29개 분야의 순천시 정책을 두고 질문하고 답변을 들었는데, 케이블TV의 방송시간에 맞추느라 이틀 동안 불과 8시간 만에 시정질문을 서둘러 마쳤다. 시정질문이 부실하게 이뤄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순천시의회는 유권자들이 시의원들 방송에 나가라고 시의원으로 뽑아준 줄 아나보다”는 한 방청자의 비아냥이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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