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76)
대대마을노인회 총무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순천만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순천만이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현지에 살고 있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순천만은 많이 변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둘러 쌓인 반도이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어느 해안을 가든지 등대가 없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 순천만은 등대가 없다. 1945년 해방 이후 순천만의 대대포구에 들어오는 크고 작은 화물선들은 뱃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없다보니 배가 갯벌에 걸려 보름씩이나 체류하다가 들물이 되어야 입․출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했을까?

이런 어려운 과정이 있었기에 순천만 갯벌이 지금까지 살아있고, 생태계 역시 잘 보전되어 흑두루미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의 쉼터가 되었다. 순천만은 밤에 불빛이 없기 때문에 철새들도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고,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순천만도 순천의 자랑이 되었다.

최근 순천시가 동천 하구인 대대마을 앞 농경지 일대를 습지보전지구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순천시는 대대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동천 하구 일대를 습지보전지구로 지정하고 난 뒤 주민들의 생존권과 삶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가?

이미 대대마을 앞 농경지는 예전과 비교할 때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벼농사로 살아갈 수 없는 주민들은 가건물이나 하우스를 지어 상추나 고추 모종, 미나리 등으로 농사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순천만 보전을 위해 그동안 주민들이 감당해왔던 유무형의 피해에 더해 동천 하구 일대까지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되면 우리 주민들은 사유재산인 주변 농경지의 재산권 행사도 쉽지 않을 게 자명하다.

개발은 억제하면서 순천만 보전에만 힘을 쏟고 있는 순천시는 이제라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습지보전지구 지정이라면 우리도 수용하기 어렵다.

결론은 순천만이 잘 보전되어 국제적인 생태계의 보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순천시가 순천만 보전과 순천만정원의 활성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큼 순천만 주변지역의 주민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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