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2002년인가 2003년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의 LA시민이 소비하는 에너지, 곡물, 물, 기타자원을 지구의 전 인류에게 적용하려면 지구가 세 개 필요하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 지구의 화석연료 및 자원은 밑바닥을 향해 줄달음을 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요새 인기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도 이런 상황을 바탕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구상의 인류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해진다는 것은 한정된 지구상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세력이나 국가로부터의 독립을 통한 자주적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지식인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데 그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농업이 중요합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농업은 ‘지속가능한 삶’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식량자급률은 22.6%밖에 되지 않으며 농민의 급격한 감소와 노령화, 농지의 지속적인 훼손과 면적감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축산업이 붕괴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축산업의 불황은 농업역사이래 처음으로 모든 축종에 걸쳐 발생되었는데 예를 들어 돼지 값이 떨어지면 그래도 닭고기 값은 좋았던 경우가 없어지고 소, 돼지, 닭 등 모든 축종의 고기 값이 바닥을 치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일부 축종의 과잉생산에 따른 불황이 아니라 우리나라 축산업이 구조적, 전면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혹자는 축산업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 즉, 동물복지, 분뇨처리에 따른 환경문제, 사료의 원료인 수입곡물 증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축산업의 규모가 축소된다고 큰 문제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이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내 축산업은 농업 생산액 중 42%를 차지하며, 특히 품목별 생산액 1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쌀 다음으로 한우를 비롯한 축산품목이 6개나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축산업의 붕괴는 가뜩이나 힘든 농민들에게 또 다른 몰락을 가져올 뿐입니다.

문제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누가 뭐래도 농업정책 관련자들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축산업의 과잉이 불러올 문제점이나 저곡물가 시대에서 고곡물가 시대로 전환됐을 시 대책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육류소비량이 증가되어야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온 것도 농업정책 관련자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경종농과 함께하는 축산, 지역과 함께하며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축산, 수입곡물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축산으로 환골탈태하는 전략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할 것입니다.

10여 년 전보다 지구는 인구의 증가와 자원소비로 더 뜨거워졌습니다. 이제 2013년, 인류의 한쪽은 헐벗고 굶주리며 다른 한쪽은 비대해진 몸을 고민하며 비만을 걱정하는 이율배반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삶’을 조직화하고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자여러분께서는 2013년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지구의 개수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요?
필요한 지구를 더 만들기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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