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비폭력대화가 말을 예의 바르게 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부모들이 자주 아이들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다음부터 영어시험 백점 받아줄래?,” “자기 전에 양치질은 꼭 하는 게 어떨까?”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해줄래?”

비폭력대화에서는 “말을 듣는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만을 부탁하자고 권장합니다. 즉 제대로 된 부탁에는 4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1) 말을 듣는 사람이, (2) 지금 이 자리에서, (3) 할 수 있는, (4) 구체적인 행동이 그것입니다. 비폭력대화 연습을 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1)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했으면 좋을 것들을 부탁하거나, (2)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먼 미래에 계속 해야 할 일을 부탁하거나, (3) 듣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부탁하거나, (4) 구체적이지 않은 것을 부탁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면 이런 부탁을 들은 사람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겠지요.

“다음부터 영어시험 백점 받아줄래?”라는 부탁도 마찬가지로 듣는 사람이 들어주기 힘든 부탁입니다. 왜냐하면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다음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다음”이라 함은 먼 미래의 일인데, 이런 걸 듣는 아이가 어떻게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시험 점수는 하늘이 결정하는 겁니다. 아이가 아무리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 한들, 시험이 어렵게 나오거나, 문제가 잘못되어 버리면, 시험을 백 점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듣는 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을 부모가 부탁하면, 아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개선하면 될까요? 예를 들어, “지금 영어책 11쪽을 공책에 2번만 써서 나한테 보여줄래?”라거나, “지금 영어책 12쪽을 소리 내서 내 앞에서 읽어줄래?”라는 식으로 부탁하는 겁니다.

더 좋은 것은, 아이가 영어 시험을 백 점 받든 빵점 받든 행복하기만 하면 괜찮다고 부모가 믿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기 인생을 자기 맘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힘들겠지요? 아이에게 공부를 은근히 강요하며 서로 스트레스 받는 인생을 살지, 아니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며, 행복하게 살아갈지, 선택은 부모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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