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

 
요즘 잔잔한 감동으로 영화팬들을 매료시켜가고 있는 영화가‘지슬’이다. 독립영화치고는 영화의 완성도나 예술성이 높아 그 영상미에 숨을 쉴 수 없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 독립영화제로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일찍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고 흥행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로는 흥행에도 성공할 것 같다. 전국개봉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29일 현재 4만4천여 관객이 관람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아쉬워는 것은 이런 영화를 순천에서 아직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보고 왔다. 영화광도 아닌 내가 이런 현상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살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순천이라면 이제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돈 되는 일만 하거나 눈에 보이는 투자만 하지 말고 이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의 문화발전에도 투자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하게 된다. 물론 작은 도서관이나 문화강좌도 많이 열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누리게 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문화적인 감수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문화적 기반을 쌓아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어렸을 때 보았던 유명가수의 콘서트나 작품성 있는 대작을 보고 자란 청소년이 인재로 자라날 가능성이 훨씬 많지 않겠는가. 교육도시로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순천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의 장이 많이 열린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마침 올해는 순천의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인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려 순천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우리가 여는 행사에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손님이 와서 관람하고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 주인으로서의 큰 성과이자 보람일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시민의 문화적 감성을 일깨우고 자연친화적인 시민의식까지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인 성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문화에는 필수적으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시 영화‘지슬’로 돌아가서 얘기를 풀어보자. 이 영화는 제주도에서 일어난 4·3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오멸 감독은 한 영화 전문잡지에서 이렇게 말했다.‘20대 때는 그 주제(4·3 사건)를 계속 피해 다녔다. 그때는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것보다 나를 찾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30대 넘어가면서 역사나 뿌리를 찾는 게 나를 찾는 작업이랑 만나는 거구나 싶더라’고 고백했다. 결국 좋은 문화에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스며있다는 얘기일 터이다.

이 지역은 어른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많은 관계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청소년들에게도 이 지역은 체험의 장이자 인간관계와 정서가 배양되는 곳이다. 즉, 모두에게 역사의 장인 것이다. 지역의 좋은 문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다.

백범선생도‘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을 남겼다. 미래는 단연 문화가 훌륭한 나라, 문화가 훌륭한 지역이 존중받을 것이다. 한류 때문에 우리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이미지가 좋아졌듯이 문화적 우수성으로 기억되는 순천을 만들자. 그 여건은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다. 순천만과 정원박람회장의 생태적인 자원,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 등의 역사문화자원 등이 즐비하다. 이것을 잘 활용하여 문화가 높은 일류 순천을 만드는 노력을 모두가 기울이자. 지역신문이 앞장서서 이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정경호
전남교육연수원 파견교사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