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
한국사 교사
지난 10월 12일에 교육부는 단일교과서라는 표현을 써가며 2017년부터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만일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역사교육만이 아니라 우리 민주화 역사에 있어서도 참담한 암흑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왜냐하면 유신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황당한 교과서로 회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실에 바탕을 둔 다양한 해석이 존중되지 않으면 이미 지배자의 주입식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역사가 보여준 보편적인 진리이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시기를 보면 나치독일이나 유신독재시절 등이었다. 또 지금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는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북한 등이다. 독재권력 시기나 후진국들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나 교육부는 지금의 검인정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검인정교과서도 검정기준이라는 것을 교육부가 미리 제시하여 이것에 맞추어야만 교과서로 인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좌편향이라고 하면서 교과서 집필자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처사이다. 또자기들이 검정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셈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어 역겹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마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종북교과서’로 낙인찍힌 교과서 어디를 봐도 북한의 주체사상을 옹호하지 않는다. 종북으로 가장 매도되는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권력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되었다”라고 쓰고 있다. 이렇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왜곡해서 선전하는 정치집단이 집필진을 선정하여 한국사 교과서를 쓴다면 그 교과서 내용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가?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정치적인 고려이다. 친일 독재세력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역사서술에 반감을 갖고 자신들의 의도대로 한국사교과서를 쓰고 싶다는 의도일 것이다. 더 나아가 끄떡하면 종북몰이로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골몰하는 수구 냉전세력들이 분단된 현실을 악용하여 니편 내편으로 나누고 보수층의 결집을 이루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수구냉전세력들은 막무가내의 반북의식으로 무장한 극우집단을 앞장세워 여전히 못하는 것이 없다. 이년 전쯤에 천재교육의 한국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주진오 교수가 재직하는 학교 앞과 심지어는 학생들이 수업하는 학교 안까지 들어와 종북 교수 몰아내라는 극우파들의 난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참 이성을 잃은 처사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광화문에서 1인시위하는 삼성고등학교 2학년 이다혜라는 학생은 “역사해석이 어떻게 하나일수 있느냐?”라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도 이럴 정도인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더 맹목적이어서야 곤란하지 않은가.

조선시대에 왕마저도 역사를 이렇게 쓰라 저렇게 쓰라고 할 수 없었다. 하물며 민주국가에서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철회하기를 바란다. 민주시민들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하여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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