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배
 광양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큰 일교차로 단풍 색깔이 유난히 곱다고 합니다. 수확의 기쁨으로 들떠야 할 계절에 가뭄으로 인한 고통으로 농부들의 시름이 깊다는 뉴스가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나 희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때, 대한민국은 난데없는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를 ‘역사전쟁’이라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입니다. 

‘전쟁’이란 단어 뜻이 궁금해 위키백과를 찾아봤습니다. “전쟁(戰爭, 영어: warfare, 독일어: Krieg)이란 국가 또는 정치 집단 사이의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상태 또는 행동을 말한다. 특별히 둘 이상의 국가 간에 어떤 목적을 두고 수행되는 싸움이다. 요약하여 국가 간에 자국의 의사를 상대국에 강요하기 위해 수행되는 조직적인 무력투쟁 혹은 폭력 행위의 상태. ”

새누리당이 말하는 이번 역사전쟁의 대상이 누구일까요? 아무리 살펴봐도 분명한 것은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북한 등 다른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새누리당이 말하는 전쟁의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하는 국민과 정치세력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역사학자 90%가 좌파라며 대통령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하여 대통령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이자 지긋지긋한 이념투쟁이 소위 새누리당이 말하는 역사전쟁의 본질이 아닌가 합니다.

전쟁은 승패를 떠나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깁니다. 그렇기에 전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분열이라는 아픔과 상처를 감내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전쟁을 선언한 새누리당의 목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년 20대 총선에 승리하고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견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자식의 효심이라는 견해 등 온갖 얘기가 떠돕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뜬금없는 ‘역사전쟁’이란 용어는 ‘역사 쿠데타’로 바뀌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쿠데타라는 것이 일부 지배 권력이 자기의 권력을 더 강화하고, 지배세력 내부의 원활한 권력이동을 목적으로 일으키는 행위라는 사전 속 풀이에 훨씬 더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내부에서 배척점을 찾았던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소위 역사전쟁이 가장 최신의 대표적인 재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민 처지에서 보면 이런 문제로 싸워봐야 쌀도 돈도 생기지 않습니다. 국민 삶만 고달파질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 한사람인 저에겐 이번 역사전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 하나 21세기 시대 흐름과 전혀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자유와 방임이 다르듯 통합과 획일화는 다릅니다. 마침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다양화와 자유화로 가는 사회흐름에서 갑자기 획일적으로 거의 독점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에라도 사과하고 중단해야 할 일 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삶의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고, 희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정세력에 의해 강요된 일방적 시각이 아니라 다양하고, 자유롭고, 성찰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봄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올바른 가치와 철학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현재의 이 숱한 갈등과 고통과 화해하며, 서로를 보듬어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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