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삼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우리 이웃들의 얘기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10년의 풍파를 헤쳐 온 방송국이 있다. 대구, 광주, 공주, 영주, 성남, 그리고 서울의 마포와 관악, 이렇게 7개 공동체라디오가 그들이다. 2005년에 시작된 대한민국 공동체라디오는 그동안 주류미디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얼마 전 국내 공동체라디오 1호로 출발한 대구 성서FM이 ‘징하다 10년! 찡하다 10년!!’이란 구호를 내걸고 1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그동안의 여정을 담은 ‘만만한 라디오’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10년 동안 버틴 것에 대한 위로의 의미를 담아 징하다 10년! 망하지 않고 버텨주어 고맙다는 의미에서 찡하다 10년!!으로 구호를 정했다 한다. 책 제목인 ‘만만한 라디오’는 동네사람들이 만드는 라디오방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만만한 라디오여야 한다는 원칙을 표방한 것이라고 한다. 그 구호를 보자니 공동체라디오가 걸어왔던 그간의 힘겨움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앞으로도 좀체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어려운 현실이 겹쳐지며 가슴이 찡해져 온다.

1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공동체라디오가 지금처럼 어려움에 처하게 된 요인으론 무엇보다 방송국이라고 소개하기조차 민망한 낮은 출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전파는 한정된 공공자원이다. 전파법 제 3조에 보면 ‘정부는 한정된 전파자원을 공공복리의 증진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전파자원의 이용촉진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간 우리의 전파정책을 되돌아볼 때 과연 이 법규에 맞게 전파를 활용하고 관리해왔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대한민국에서 전파는 방송과 통신이란 거대한 권력과 부의 원천이었으며, 국민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런 까닭에 공동체라디오의 성과 중 하나로 전파를 일부나마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찾아 온 점을 꼽기도 한다. 물론 그 자체로 큰 진전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공동체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국민들이 쓰도록 허용해준 전파는 고작 1W가 전부다. 누구나 허가 없이 쓸 수 있는 무전기 출력이 3W고, 전파사용료를 내며 이용할 수 있는 간이무선국이 휴대용 5W, 차량용은 20W에 이른다. 단순비교만으로도 1W가 얼마나 미약한 전파인지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수치다. 정부에선 이 1W 출력이 반경 5Km를 방송권역으로 품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이 출력으론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는 반경 몇 백 미터 안에서조차 잡음 없이 방송을 듣기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출력이 낮다보니 방송국 운영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애초부터 방송국 신청자격을 비영리사단법인으로 규정하고 광고 등 수익사업을 불허해왔으며, 그 대신 공동체라디오의 공익성을 인정하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공적지원을 중단하면서 대안으로 방송광고를 허용했다. 그러나 방송을 진행하는 진행자들도 자택에서 라디오 전파를 통해 방송을 들을 수 없는 미약한 출력을 가지고 광고를 받아 운영하라는 건 구걸하라는 말로밖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무책임한 처사일 뿐이다.

성장위주의 산업화시대를 거쳐 온 후유증을 치유할 대안으로 우리사회에서 최근 들어 공동체 복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의 방송국으로 묵묵히 10년 세월을 바쳐 온 감회가 ‘징하다 10년! 찡하다 10년!!’이어서야 그 공동체에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부는 이제라도 공동체라디오가 자생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출력을 증강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7개 방송국을 끝으로 더 이상의 신규면허를 회피하며 전파자원의 공공성을 외면해온 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 공동체라디오의 신규면허와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그래서 동네마다 ‘만만한 라디오’들이 생겨나 우리 이웃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넘나들며 마음의 담장을 허무는 소통의 물결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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