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DNA는 조계산과 사찰, 스님의 영향”
15년 기록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 펴

▲ 병정봉에서 바라본 조계산의 장군봉과 연산봉

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불린다. 정상인 장군봉은 해발 884m로, 송광면과 승주읍의 경계를 이룬다. 조계산 자락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서쪽과 동쪽에 각각 자리하고 있어 골짜기마다 불탑과 암자 등 불교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역사적으로 조선말에는 의병의 근거지였고, 한국전쟁 전후에는 빨치산 활동의 중요 거점이었다. 지금도 송광사와 선암사를 중심으로 관광의 거점이자 순천의 대표적인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 향토사학자 김배선
이런 조계산을 15년 동안 거의 매주 탐방한 기록을 모아 향토지를 낸 사람이 있다. 조계산 박사로 불리는 김배선(사진. 65세) 씨이다. 김배선 씨의 고향은 송광사 입구에 있는 송광면 평촌마을이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 조계산과 송광사에서 놀며 자랐던 그는 “내 DNA는 조계산과 사찰,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당시는 사찰 소유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사는 등 사찰이 지역 주민의 경제와 문화,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김배선 씨가 다시 조계산을 찾은 것은 2003년부터이다.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송광을 떠났던 그는 1974년 해양경찰로 입사한 이후 줄곧 여수에서 생활했다. 2008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퇴직 이후를 고민하다 다시 조계산에 주목했다. 순천의 대표적인 향토사학자인 진인호(송광면), 김정남(송광면) 선생과 인연을 맺고 있던 그는 “향토사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에 그 분들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던 조계산을 연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계산 줄기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고 들었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머지 않아 영원히 잃어버릴 것 같은 염려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년에 약 50여 회 씩 조계산 곳곳을 탐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거의 매주 조계산을 오르내리며 곳곳의 지리와 문화, 역사자료 등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했다. 그 기록을 모아 인터넷 카페 ‘조계산연구소’를 개설하고, 15년 동안의 기록과 3000여 장의 사진을 관리하고 있다. 거의 매주 여수에서 조계산까지 이동하며 들인 대중교통 요금만 해도 “10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계산 곳곳을 연구하면서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비를 들여 100곳에 안내판을 제작해 붙였다. 40개는 등산로를 안내하는 이정표이고, 나머지 60개는 조계산의 골짜기마다 얽혀 있는 전설을 모아 붙여 놓았다. 등산 중에 재밌는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 조계산 정상에 자리한‘배바위’. 김배선 씨가 배바위에 얽힌 전설이 담긴 안내판을 설치했다.

김배선 씨는 “불교의 두 종단의 주요사찰이 산 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그 때문에 조계산의 문화와 역사기록은 방대한 양”이라고 설명한다. 고려 때부터 조선,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흔적을 말한다.

조계산을 연구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웠던 기본 정보에, 송광사와 선암사의 기록, 그리고 조계산 주변마을 주민의 구술정보까지 모두 취합했다. 그 결과 송광사 박물관에서도 찾지 못했던 암자터 3곳을 발굴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배선 씨의 이 같은 기록은 지난 6월 순천시 문화예술과의 지원으로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어졌다. 김배선 씨가 정리한 많은 자료 중 주요 내용만을 모아 285페이지 분량의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김배선 씨는 이 책에 대해 “조계산 곳곳을 연구하면서 정사는 물론 야사도 함께 담았다”며 “그동안 덮여져 있던 조계산의 옷을 벗겨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조계산의 속살을 드러낸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조계산과 주변을 연구하는 후임 연구자와 조계산 문화해설사들이 활용하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순천시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순천시가 ‘정원의 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것에 대한 제언이다. “순천만이 바다정원이라면, 순천만국가정원은 평지정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순천의 보물이자 자연 그대로가 정원인 하늘정원 조계산을 잘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배선 씨는 지역에서 자신을 많이 활용하라고도 제안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종전처럼 조계산을 오르기도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조계산을 직접 올라 조계산의 역사와 문화자원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10월 18일에도 조계산에 직접 올라 조계산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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