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역사교과서 문제이다.

정부는 2017학년도 중·고등학교 신입생부터 ‘통합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도록 하는 국정교과서 계획안을 예고하였다. 교과서 이름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한다. 이로서 2011년 역사교과서가 검정 교과서로 바뀌고 난 뒤 6년 만에 국정교과서로 다시 되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국정교과서 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가 몇 개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시 국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한국사 교과서는 제1차 교육과정에서부터 검인정 체제로 출범하였다가 유신 때 국정교과서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국정교과서로 회귀하게 되었는데, 과거로 회귀한 여러 사례 중 단연 으뜸을 이루는 회귀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걱정하는 이유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80년대 초반 국정교과서 시대일 때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한국사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물론 국정교과서 내용을 근간으로 했지만 여러 참고자료를 이용하여 역사의 해석에 대한 다양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새롭게 되살아난다.

고대사와 삼국시대조차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하물며 근대사의 경우 더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사에 대한 해석의 융통성을 용인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순천에도 다양성과 통일성이 서로 충돌하는 주제가 있다. 순천만 정원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안건과 미술관을 순천만생태공원에 설치하는 안건이 그것이다. 사실 순천만정원 앞에 뜬금없이 우뚝 서 있는 첨성대를 보고서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또 순천만습지 안쪽에 있는 용산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설치되어 있는 천체 관측기구 같이 생긴 조형물들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순천의 도시미관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 외양의 모티브인 나무 원목의 색깔과 질감을 활용한 건축물이다. 이런 이미지는 순천만의 가을철 갈대와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순천만생태공원의 쉼터를 비롯하여 몇 곳에 그런 건축물이 있어 순천을 더욱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이러한 것이 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일 것이다.

건축물로 이루어지는 도시의 풍경은 건축물이 각각의 독창성은 간직하되, 자연스러운 통일성이 다양성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공생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특히 건축물과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은 더욱 말할 나위 없이 조화가 생명일 것이다.

순천은 ‘정원을 품은 도시’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순천의 도시 곳곳이 정원으로 보인다기 보다는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시가 설정한 이벤트적 모토이다. 그런데 뜻 밖에도 이 모토가 아주 잘 먹혀들었다. 그러기에 순천시에서는 이제 여러 모토를 고민할 필요 없이 이 모티브가 도시 전체와 통일성을 이루도록 정착시키는데 정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순천시를 전체적으로 정원처럼 만들어야 한다. 정원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생명인 생명체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정원처럼 순천의 도시 경관은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되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모습이어야 한다.

무분별한 다양성은 혼돈을 초래한다. 전혀 아름답지도 않다. 교육적이지도 문화적이지도 않다. 독창적이지만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흐르는 세련된 조화로움이 순천시 곳곳에서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더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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